즉시 ICBM으로 전용 가능한 우주 전략무기

[일간투데이 김태공 기자]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7일 가고시마(鹿兒島) 현의 우주공간관측소에서 일본산 신형로켓 ‘엡실론’을 발사한다.

엡실론 로켓은 일본이 개발중인 소형 인공위성 발사용 고체로켓이다. 세계 최대의 고체연료 로켓이었던 M-V 로켓의 후속으로 M-V 로켓보다 발사비용을 1/3로 줄였다. 또한 M-V 로켓보다 지상발사 준비시간을 1/4로 단축하며, 노트북과 인터넷을 이용해 전세계 어디에서든지 로켓 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더 이상 로켓발사장의 발사통제 시스템이 필수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것이다.

엡실론은 무게 90톤, 길이 24미터, 3단 고체연료 로켓이다. 퇴역한 M-V 로켓은 무게 130톤, 길이 30미터, 3단 고체연료 로켓이었다.

일본 정부가 신형 로켓 ‘엡실론’ 개발에 나선 것은 2007년부터였다. 일본의 이전 고체연료 로켓인 M-V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했지만 발사 비용이 75억 엔으로 너무 비쌌다. 결국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첫 발사로부터 9년 만인 2006년 사업이 중단됐다.

JAXA는 엡실론을 개발하면서 철저한 비용 절감에 나섰다. 점검과 관제 업무를 컴퓨터로 대체했다. M-V 발사 때 100명이 42일간 했던 발사 준비(발사대 장착부터 발사까지) 작업을 두 명이 7일 만에 끝내게 했다. 총 발사 비용은 M-V의 절반 수준인 30억 엔대로 떨어졌다. 로켓 1단은 새로 개발하지 않고 기존 로켓 부품을 전용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언제든 군사용으로 전용 가능한 우주기술의 양면성이다. 일본이 이번에 쏘아 올리는 고체연료 로켓은 특수차량에 실어 이동할 수 있고 짧은 시간에 발사할 수 있어 주로 대륙간탄도탄(ICBM)으로 쓰인다. 우주개발 전문가는 “엡실론 정도 크기의 고체연료 로켓은 언제든 무기로 전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일본의 주력이던 H-2 시리즈는 액체연료 로켓으로 연료를 주입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단점 때문에 군사적 전용 가능성이 낮았다.

일본의 우경화 행보도 엡실론 발사 배경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일본은 2008년 우주기본법을 만들어 자위대가 정찰위성을 방위 목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바꿨다. 특히 지난해에는 JAXA 설치법에서 우주개발을 평화 목적으로 한정하는 조항을 삭제해 우주 공간의 군사적 이용을 가능하게 했다. 산업용뿐만 아니라 군사용까지 감안한 전천후 우주전략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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