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성 경제부 팀장

 

[일간투데이 김준성 기자]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는 말이 있다. 더 노력할 수도 있지만 조금 덜 해도 기본이 채워진다면 사람인 이상 더 노력할려고 할까. 우리나라에서 학벌은 고질적 병폐를 불러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대학성적이 좀 부실해도 학벌이 좋으면 우리나라는 취업면에서, 사내 승진이나 대우면에서 어느 정도 통해간다. 반면 대학 때 공부를 잘해도 학벌이 시원치 않으면 신통치 않게 쳐다보는 '이상한 고정관념'이 있다.

대부분 비리를 저지르고 사기치는 사람들 잘 보라. 만만치 않은 학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사기도 머리가 좋아야 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하라고 해도 못한다. 머리좋은 사기꾼들은 사기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마치 그것이 대단한 능력인양 말이다.

최근 목격한 사기건을 봐도 모 은행과 모 대기업에서는 비리를 저질러놓고도 사과할 생각은 안하고 법망을 피해갈 잔머리만 굴리고 있다면 볼장 다 본 것 아닌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사실이다.

문제는 머리가 좋기 때문이다. 머리가 좋아서 노력하지 않아도 사회에서 인정해 주니 '머리만 잘 굴리면 된다'는 파렴치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한계에 부딪혔을 때 반드시 헤쳐가겠다는 다부진 파이오니어 정신이 있을까. 하루 끼니도 제대로 못 먹는 불우이웃들의 진정한 속마음을 과연 마음깊이 얼마나 수긍할까.

그래놓고 이 시대의 리더인양 남 앞에 나서는 건 무척 좋아하지 않나. 마치 이 시대가 간절히 바란 지도자인양 말이다. 머리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사람들을 너무 좋아했다는 것이고, 그런 고정관념이 좋아하는 차원을 넘어 빼도 박도 못할 정도로 뿌리가 박혀버렸다.

사물을 진실 그대로 바라볼 줄 몰라서 머리가 먼저 돌아가는 것이다. 하지 않아도 통밥으로 잴만한 머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기당한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 그런 사람들의 안중에는 배려심이란 것이 털끝만큼도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배려하지 않아도 잘 살고 돈 많이 버는데'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같다. 이는 똑똑한 사람들의 선천적 결함이다. 자연산 결함이라 복구도 쉽지 않다.

똑똑한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노력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생 불변인 것은 반드시 썩는다'는 말이 맞다.

우리나라 경제도 마찬가지다. 예전보다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꼬인 구석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최근 모 은행 채용공고에서 '스펙초월'이라는 단어를 봤다. 무척 반가웠다. 소위 좋은 학교와 영어성적, 학점, 자격증, 성별, 연령 등을 일체 받지 않고, 오로지 특정 주제에 대한 에세이 심사만으로 서류전형을 대체한다고 했다. 바로 이 정신이다.

우리 사회는 반드시 이런 마인드로 가야 한다. 근본이 바로서지 않고서는 절대 꼬인 실타래는 풀지 못할 것이다. 이는 곧 무너지지 않는 건강한 토대를 만드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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