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성 경제부 팀장

 

[일간투데이 김준성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과거 대선공약이었던 금융소비자보호 실현이 내년 상반기이면 '금융소비자보호원'이라는 이름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금융감독원에서 떨어져 나오는 '금융소비자보호원'은 '소비자피해구제'와 '영업행위규제'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금감원은 '건전성규제'를 중심으로 업무를 분리한다.

금융소비자보호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있는 방향이지만 실제 일선에서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

업무 특성상 피해자들을 주로 대면하는 측면에서 봤을 때 가치판단이나 처리상 결단이 중요한 기준이지만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보호는 담당자들의 생각부터 피해자 입장에 서지 않는다.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부서라기 보다는 자사의 피해를 막기 위한 방패부서 개념이다.

금감원의 민원실과 최근 신설한 금융소비자보호처, 은행의 소비자보호부서 모두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줄곧 견지하고 있는 약자보호의 진정한 의미를 업무담당자들은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은 피해자들을 보호하라는 것일진대 일선의 업무담당자들은 피해자들을 통해 자사의 불리한 요인을 먼저 캐내는 '스파이성 브로커' 개념으로 일한다. 자사 피해가 크면 클수록 피해자가 다 죽어간다고 해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보호부서의 현주소다.

어떻게 보면 불행한 현실이다. 진정한 의미의 금융소비자보호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각종 유착관계를 모두 끊어야 한다. 오로지 피해자의 권익을 기준으로 정의를 부르짖을 수 있어야 한다. 가치관의 판단이 아주 중요한 대목이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소비자보호 관련 직원들은 그런 용기조차 찾기 힘들다.

금융소비자보호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떨어져 나온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만약 금감원이 그동안 잘해왔다면 과연 쪼갠다는 말이 나왔을까.

실제로 금감원의 민원실장은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도 "왜 우리에게 은행 일을 이야기 하십니까"라고 한다. 심지어는 전화 도중에 아무런 이유없이 그냥 끊어버리기도 한다. 금융계의 문제들을 성심성의껏 대화하면서 어떻게든 해결할려는 자세가 아니다. 무슨 대단한 권력에 만취한 사람같다. 권한을 너무 많이 가져서 그런가. 정말 황당한 일이다.

금감원 민원실의 모 팀장도 마찬가지다. 금방 해결이 안된다고 해서 어떻게 해서 피해자에게 "모르겠다. 마음대로 하세요"라는 말을 할 수 있나. 또 "보상받는게 중요하지 정당하지 않은 서류에 사인하는게 무슨 잘못이냐"고 한다. 심지어는 고객을 기만한 금융기관에게도 "잘못한 것 없어요"라는 식으로 오히려 금융기관을 감싸고 돈다.

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금융소비자보호의 닻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일선 직원들의 마인드를 꼼꼼히 점검해야 할 것 같다. 제도개선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담당직원들의 가치판단력이다. 이는 배워서 터득하는 것도 아니고 다분히 인성과 인생관 등과 연관이 깊다. 기존 군림했던 마인드로는 진정한 의미의 금융소비자보호 실현이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에 소비자보호 담당자들의 강도높은 체질개선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박 대통령이 그동안 금감원에 대해 금융소비자보호 업무의 한계를 제대로 간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죽했으면 금감원이 저축은행 사태때 금융기관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비리를 눈감아준 사례가 생겼을까. 절대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동안 금감원이 오랫동안 관리감독에 젖어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서민들을 괴롭히는 악질적인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의절할 정도로 단호한 칼을 들이댔어야 했다.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금감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면 그나마 위안이라도 삼을 수 있겠지만 군림하는 것에 너무 익숙해진 탓에 피해자들을 보듬어 갈만한 넓은 아량을 키워오지 못했다.

이는 군림하는 자의 속성에서 배어난 습성이라 바꾸기도 쉽지 않다. 금감원은 오랫동안 감독.검사.징계권 등을 행사하면서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불필요한 겉옷을 너무 많이 입고 있다.

반면 금감원 직원 개개인에게 물어보면 각자는 잘못한 것 없고, 불철주야 맡은 바 임무에 충실했다고 한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금감원은 연구소가 아니기 때문에 혼자 골몰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

피해자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피해를 준 금융기관은 어디까지 처리했는지 피해자 입장에서 끝까지 솔선하는 자세를 보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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