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현 경제부 차장

 

[일간투데이 최정현 기자] “그냥 저냥 보냈죠. 추석이라고 해봐야 밀린 임금 못주고 욕먹고 그랬죠.”

충남 논산의 한 소상공인 A씨에게는 올 추석연휴가 달갑지 않았다.

곡물과 채소를 가공해 납품하는 업을 주로 하는 A씨는 마을 사람 10여명을 고용해 물건을 가공 후 거래처인 충남 공주의 한 업체에 수년 동안 납품해오고 있다.

그러나 1년 가까이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한 A씨는 추석이 다가올수록 밀린 임금을 주지 못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목을 옥죄어오는 것을 느꼈다.

추석 전 직원들에게 지급할 상여금은 꿈도 못 꿨다. 방송을 통해 접한 기업들의 추석 상여금 지급 계획은 별 나라 이야기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씨에게 건조기를 납품한 업체가 건조기 포기각서를 받고 건조기를 회수해 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A씨에게 건조기를 납품한 업체 역시 건조기 대금을 받지 못해 올 추석을 어렵게 보냈기 때문이다.

A씨는 다시 한 번 논산 식품 업체에 가서 밀린 대금을 받아볼 생각이다. 그러나 만일 해당 업체에서 일거리를 주지 않겠다고 하면 또다시 물러서야 할 판이다. 밀린 대금 2000여만 원에 쓸쓸히 보낸 추석이 다음 명절에도 반복될까 걱정이다.

추석 전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추석상여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이 추석에 지급키로 한 상여금은 근로자 1인당 평균 94만7000원으로, 지난해보다 4.3%(3만9000원) 증가한 수준이다.

기업규모별로는 대기업이 120만9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만2000원, 중소기업은 85만6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3만7000원 증가했다.

응답기업의 77.6%(지난해 76%)는 추석상여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해 상여금 액수와 함께 상여금 지급 기업 비율도 소폭 증가했다.

건설업체들의 직원들에 대한 추석상여금 지급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원활했다.

조달청은 추석명절을 맞아 수요기관을 대신해 직접 관리하는 시설공사 66개 현장에 대해 공사대금을 명절 전에 조기 지급토록 했다. 추석 연휴 전 하도급업체 및 자재납품업체, 장비임대업체, 현장근로자에게 약 1077억 원에 이르는 공사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도 추석 명절을 맞아 약 3559억 원의 공사대금을 조기 집행해 원도급사뿐만 아니라, 하도급사와 장비, 자재업체에게 추석 전에 지급토록 했다.

한국전력도 전국 14개 본부를 대상으로 추석 전 공사대금 994억 원을 1차로 일괄 지급한 후, 각 본부에서 부족 자금을 요청하면 본사에서 즉시 지급하고 나섰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요 기관도 추석 전 하도급 대금 및 노임 체불 방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노동자들이 쓸쓸한 명절을 보내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그나마 쓸쓸히 추석을 보냈을 노동자들의 수를 줄였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충남 논산의 소상공인 A씨의 바람대로 다음 명절에는 모두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지 않고 풍요로움 속 행복을 만끽하는 나라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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