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정치든 투쟁이든 상대가 있어야 손뼉이 쳐지는 만큼 민주당의 변신이 이루어졌을 때도 청와대가 여전히 침묵을 지킬지 아니면 민주당의 요구에 상응하는 정면 대응으로 나설지도 기대가 된다"

국회의 새 정부 첫 국정감사가 중반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은 민생은 외면한 채 여전히 정쟁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난이 가중되고 있다. 여기에 검찰의 자중지란까지 더해지면서 여야 정치권은 출구도 퇴로도 없는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은 힘을 가진 여당의 전향적인 양보를 기대했지만 새누리당 또한 과거 여당과 같은 힘은 실려 있지 않고 오히려 전략 부재에 따른 무리수와 자충수만 남발하고 있는 형편이다.

급기야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22일 긴급 의원총회 자리를 빌려 "(국정원 및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사건이) 어제부로 전 정권의 일이 아니라 현 정권의 일이 돼버렸다"고 한계선을 넘는 발언을 했다.
여기서 민주당이 나름으로 열심히 하는데 왜 정당 지지율은 20%를 넘지 않고 민주당이 잘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무려 77%나 되는가 하는 점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미 수없이 지적됐고 누구에게나 뻔한 얘기지만 민주당이 다시 국민의 지지를 받는 길은 다음 세 가지밖에 없다.

첫째, 대선불복 의사가 없다는 점을 당에서 공식 천명해야 한다.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민주당의 집요한 공세에도 어정쩡한 대응에만 그치는 이유를 모르는가. 겉으로야 전 정권의 일이라고 치부하지만 현 정권이 가장 심각한 도전 또는 파국이라고 느끼는 것이 바로 대선불복이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라.

소위 민주당 중진 의원들이 시나브로 흘리는 대선불복 뉘앙스의 발언이 그치지 않는 한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꿈쩍도 하지 않을 것이다. 김 대표 스스로 KBS 1TV 생방송에 출연해 “현 정권이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라는 진실을 감추려고 얼마나 난리를 치고 있는지 확인됐다”는 주장을 펼치지 않았던가.

둘째, 의혹마다 소설을 쓰지 말아야 한다.

국정원과 NLL 사건은 차치하더라도 연이어 터지는 각종 사건과 그에 따른 의혹들이 고도로 계산된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된다고 믿는 사람은 야당과 야당 지지 세력뿐이다. 우리 국민의 의식은 ‘개그 콘서트’에 등장하는 ‘시청률의 제왕’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불편한 사실을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수준에 와있다. 음모를 꾸미기 좋아하는 사람들만 오히려 가슴이 뜨끔할 것이다.

김 대표도 “불행하지만 예측이 틀리지 않았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정치인이 아닌 소설가로서의 발언으로 애써 눈감아주고 싶다. 그러나 민주당 정보통으로 불리는 몇몇 의원들의 지나친 음모론은 국민의 눈총을 받기에 충분하다.

셋째, 비정치집단을 끌어들이거나 그것에 기대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집단이든 아니든 무차별적 연대를 통해서 적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그렇지만 가장 믿었던 우군 통진당 때문에 큰 곤욕을 치른 기억이 아직 생생할 것이다.

어쨌든 그런 연대 바람에 정말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집단, 특히 그 가운데서도 권력이나 정보를 취급하는 국세청, 감사원, 경찰, 검찰, 법원, 국정원 인사들은 물론 정치를 지향하거나 한자리를 원하는 많은 동조자들을 확보하고 재미를 봤던 기억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과감히 그런 세력들을 떨쳐 내야한다. 앞서 언급한 생방송에서 김 대표 스스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국민들이 조롱당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가 무너져가는 이 상황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하지 않았던가.

이상 세 가지를 실천하면서 여당과 청와대를 상대하는 것이 민주당이 되살아나는 길이 될 것이다.
정치든 투쟁이든 상대가 있어야 손뼉이 쳐지는 만큼 민주당의 변신이 이루어졌을 때도 청와대가 여전히 침묵을 지킬지 아니면 민주당의 요구에 상응하는 정면 대응으로 나설지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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