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조영만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7일 치러졌다. 매년 되풀이돼는 이 시험에 공공기관은 물론, 직장 및 사업장에서 어른들은 출근 시간을 늦추며 수십 년째 협조(?)해 오고 있다.

대학입시는 우리나라 대다수 국민이 거쳐야 하는 성장통의 하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래서 서로 배려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무의식중에 내포되어있는 것이다.

매년 이맘때면 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기도하는 모습, 선후배들의 열띤 응원, 시험 시간에 지각한 학생들의 모습 등이 언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도된다.

그래도 과거에는 소위 명문 대학에 입학하기라도 하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이란 주번에 덕담들이 넘쳐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가 되고 있다.

최근 전 세계 경기불황의 여파로 청년실업이 급증했고, 좀 더 나은 직장을 찾고자 하는 바람들이 늘어나자 대학입학 후에도 캠퍼스의 낭만을 경험하기도 전에 학생들은 스펙을 쌓기에 혈안이 돼 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학점․토익 점수 올리기에 젊은 청춘을 다 바치고 있는 것이다. 졸업할 시점이 다가오면 취업을 위한 또 다른 전쟁에 돌입하고 대학입시보다 치열한 경쟁에 우리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다.

최근 삼성그룹의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에 역대 최대 지원자가 몰려 지난달 13일 진행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10만 명 이상이 응시했다.

삼성은 SSAT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11월 말까지 각 사별 면접을 진행하고 면접전형까지 합격한 사람은 신체검사를 받은 뒤 12월 중순에 최종 합격자 통보를 받게 된다.

삼성은 올해 하반기 공채를 통해 총 5500여 명을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기에 경쟁률이 18:1에 달한다. SSAT는 30명이 한 교실에서 시험을 치렀고 결석한 인원까지 계산하면, 한 반에서 1~2명 정도만 최종 합격하게 된다.

비단 삼성뿐 아니라 올 하반기 4년제 대졸 정규 신입 채용 현황을 보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가운데 37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만 1933명만이 채용될 전망이다.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생 수가 32만여 명이고, 취업 재수·삼수 등을 더하면 대기업 정규직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률은 20대 1에 달한다.

또 한 명이 여러 곳을 지원하다 보니 기업별 경쟁률이 100대 1을 넘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 수능을 본 학생들에게 우리네 현실은 “행복 끝 고생 시작”이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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