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식 정치평론가/21세기한국연구소장

황우여(黃祐呂) 새누리당 대표의 우리말 이름이 황우여인지 황우려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발음에 유별난 차이점이 느껴진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의 인생길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시대적 흐름에 비추어 볼 때 최근 중요한 세 가지 키워드 세 가지는 바로 '민생', '민주', '문화'가 아닌가 싶다.

황우여, 김한길, 최경환, 전병헌 의원 등 4인위원회에서 국회 현안에 대한 합의가 지난 화요일 저녁에 있었다. 4인위원회에서 합의된 것을 보면 첫째, 국정원 개혁회의에 입법을 주도할 권한을 맡기고, 그 대표는 민주당에서 맡기로 했다. 둘째, 국회를 보이콧했던 민주당이 국회에 복귀하고 예산심사와 법언심사를 게속한다는 것이다. 특히 예산은 금년내로 반드시 처리하기로 했다.

정작 중요한 문제인 국가기관의 선거개입문제에 관한 특별검사제의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를 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반드시 여와 야권 사이에 협상과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

합의과정을 통해서 얻은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 이런 합의정치의 계산법을 빨리 아는 것이 현대 협상정치를 잘 하는 비결이다. 그동안 이런 계산법은 잘 통하지 않았다. 대신에 탄압과 장외투쟁, 전막당사가 판을 쳤다. 우리는 이번에 국회 일정에 대한 합의와 함께 미묘한 계산법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역시나 협상은 쉽지 않았다. 비공개 회담에서 김한길 대표는 황 대표를 향해 “왜 자꾸 자기들 주장인 예산안만 얘기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황 대표도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맞섰다. 이에 김 대표는 테이블을 ‘쾅’ 내리치면서 “나 김한길이 대표직을 관둬도 좋다. 누가 죽나 한번 보자”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합의는 갈등 폭발 직전까지 가는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두 대표의 표정을 보면 아직 합의하지 못한 특검법안에 대한 결의가 엿보인다. 특검법안에 대해서 “앞으로 논의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문장을 놓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어 놓고 있다.

총계적 득실을 계산하여 본다. 우선 새누리당은 2014년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날치기가 아니라 합의처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아울러 국정원 개혁법안을 여야합의로 통과시킬 수 있는 첫번재 회의를 곧 소집한다. 대신에 잃은 것도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특위 위원장 자리를 민주당의 정세균 의원에게 넘겨야만 한다.

한편 민주당은 지난 12월 4일 예산안도 함께 심사하고, 아울러 민생법안의 처리에도 참여한다는 각오를 가다듬으며 곧장 국회에 복귀하였다. 그동안 잃은 것도 있다. 지금까지도 특검제를 정확하게 언제 어떻게 실시할 것인지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합의안에 대한 당내의 견해 차이는 존재한다. 이제부터 정치는 협상정치의 시대로 옮겨간다. 협상과 합의가 이렇게 힘든 것이구나 라는 점을 다시 배우게 될 것이다.

그런데 황우여 대표와 김한길 대표의 표정은 왜 그리 대조적인가? 황우여 대표의 미소는 회담결과가 자신이 생각한 대로 나왔기 때문일까? 김한길 대표의 표정은 왜 그리 뚱뚱부어 일그러졌는가? 협상정치에는 주인공으로 참여했던 인사들의 표정이 늘 함께 보도(되곤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모두 진지함과 미소를 동시에 배워야 한다. 그 철학까지도 당연히 배워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두 대표의 표정은 전략적, 직업적 표정으로 읽어야 한다. 황우여 대표의 표정은 자신이 협상정치에도 일조할 수 있음을 기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김한길 대표는 아직 협상 중이라는 사실을 알리려는 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지체한 비난에서 벗어나려는 두려움의 표정이라고도 생각된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우리의 정치 방식이 서서히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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