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윤경찬 경제부장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남발된 개발 공약의 허위성을 놓고 여야간에 뜨거운 정치 쟁점이 되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에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뉴타운 지정’ 공약을 남발했다.

이는 서울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좌우한 가장 큰 이슈중 하나였다. 서울시내 48개 선거구 가운데 새로 뉴타운 지정 공약이 나온 곳이 무려 15곳이나 된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방송 등과의 잇따른 인터뷰를 통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오 시장은 “새로운 뉴타운 지정은 이미 지정된 1,2,3차 뉴타운 사업이 가시화됐을 때 고려할 것”이라며 “특히 부동산 가격에 자극을 끼친다면 어느 순간에라도 뉴타운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까지 했다.

결국 오 시장의 이같은 발언에 비춰볼 때 뉴타운 추가 지정이나 확대 등을 확약받았다고 했던 후보자들이 거짓말을 한 셈이다. 상황이 이러자 서울에서 크게 패한 통합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을 비롯한 야권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표를 얻기 위해 거당적 차원에서 사기극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관련 후보들을 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손학규 대표는 “뉴타운 추가 지정은 없다는 오 시장의 발표를 보고 많은 분들이 분개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관권선거에 해당한다고 역설했다.

김효석 원내대표도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다'는 말처럼 오 시장의 뉴타운 추가 지정은 없다는 발표를 보면서 '저도 속았고 서울시민도 속았다'"며 한나라당 후보들의 뉴타운 공약은 치고 빠지기식 '떳다방' 수법이라고 일갈했다.

이에 한나라당측도 “민주당 등 야당 후보들도 해당 지역에서 뉴타운 공약을 내걸어 놓고 총선 사기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오 시장 책임론에 대해 "총선기간 내내 양당후보들이 뉴타운 공약을 내세우면서 오 시장이 적극적인 입장표명을 할 수 없었던 측면이 있고, 그런 언급은 서울시의 일관된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정치공세 중단을 촉구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정치권의 이같은 공방이 우리네 국민들을 또 한번 실망시키고 있다. 우선 서울시측이 선거 과정에서 뉴타운 지정 공약이 난무할 때 보다 명확한 입장을 미리 밝혔더라면 이런 논란을 초래하진 않았을 것이란 점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정치권도 누구에게 책임을 전가할 순 없다. 이번 선거에선 서울 뿐 아니라, 수도권과 거의 대부분의 지역구에서 갖가지 개발 공약이 난무했다. 그래서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개발 이익으로 인한 기대 심리를 부추겨 유권자를 현혹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인지 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인지 분간하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선거 때 후보자들이 내건 공약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약속이다. 그런 만큼 정책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보장돼야 한다. 특히 예산 마련 대책이 없다면 그야말로 거짓 공약에 불과하다. 그저 당선만 되면 그만이란 발상은 이제 정말 버려야 할 폐습이다. 선거 때 내건 공약이 제대로 실천됐는지 철저히 검증해 다음 선거 때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유권자들도 후보자들의 달콤한 공약에 쉽게 현혹돼선 안된다. 그래야 참다운 정책선거가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이제 선거의 휴유증을 씻고, 파문을 수습해 민생에 진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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