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지상과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공공기관 이전 마무리 단계...이제는 '뿌리내리기'

▲ 지난 2004년 1월 노 전 대통령이 지방화와 균형발전시대 선포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노무현 재단/노무현 사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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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시절 고(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정책인 '국가균형발전'. 수도권에 모여 있던 대부분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짐을 싸들고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선 수도권 집중화를 완화시키고, 지방 자생능력을 키우기 위해 탄생한 '행복도시'와 '혁신도시'가 제 역할을 해내기 위해선 아직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낱 소란스런 이사행렬에 그칠 것인가, 대한민국을 재도약케 하는 '신의 한수'가 될 것인가.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지금 중대 갈림길에 섰다. 이에 본지는 4차례 기획을 통해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이 제시하는 '업무효율과 정주요건, 지역발전'이란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당면 문제 진단과 해결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일간투데이 천동환 기자]

◇ 참여정부가 심은 '균형발전의 씨앗'


"중앙집권과 수도권 집중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중앙과 지방은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야 합니다. 지방은 자신의 미래를 자율적으로 설계하고, 중앙은 이를 도와야 합니다. 저는 비상한 결의로 이를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지난 2003년 2월 25일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은 취임사를 통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국가 균형발전'의 기틀을 닦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지금의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와 혁신도시의 탄생이 본격 예고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국가발전을 저해함은 물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요소라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3대 원칙과 7대 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강력한 중앙집권체제하에서 불균형발전전략을 추진해 왔다"며 "그 결과 압축적 산업화엔 성공할 수 있었으나 지역불균형 심화와 지방 자치능력 약화, 국민통합 저해, 국가경쟁력 약화 등 수많은 문제를 양산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부 공공기관지방이전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1980년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5.5%를 차지하던 수도권 인구는 1990년 42.8%를 넘어 2000년엔 46.3%를 기록했다. 수도권 인구가 국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설 날도 머지않아 보이는 상황이었다.

또, 참여정부 출범 당시 100대 기업 본사의 91%와 공공기관의 85%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등 수도권과 지방간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여기에 '2002한일월드컵'을 개최하며, 잠시 활기를 찾는가 싶던 국내경기는 해를 넘기면서 극심한 침체기로 들어서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3년 1분기 경기상황을 '내수부진 심화에 따라 산업생산과 출하, 서비스 생산이 둔화되고, 재고가 증가하는 등 경기하강이 진행되는 모습'이라고 요약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참여정부는 그 해결책을 '지방화'에서 찾고 있었다.
 

 

▲ 세종시 행복도시 전경. 사진=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 줄기로 자라난 '행복도시와 혁신도시'

참여정부는 지방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취임 3개월 반 만인 지난 2003년 6월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방침'을 발표했다.

당시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3대 원칙'으로 ▲지방분권·국가균형발전·신행정수도건설의 종합적 접근을 통한 지방화 ▲지역혁신체계 구축 ▲지방 우선육성 및 수도권의 계획적 관리를 통한 상생발전 토대 구축이 정해졌다.

애초 신행정수도건설 계획은 청와대와 국회까지 충청권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가 수도 이전의 성격이 강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참여정부는 이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행복도시 건설이란 수정안을 마련·추진하기에 이른다.

이후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12년 7월 행복도시 건설을 위해 충남 연기군 전역과 공주시·청원군 일부를 흡수한 세종시가 출범했다. 현재 36개 중앙행정·소속기관과 14개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행복도시로의 이전을 완료한 상태다.

행복도시는 앞으로 2단계 전략인 '도시 자족기능 확충 및 인프라 향상'에 이어, 오는 2030년 마지막 3단계인 '도시기능 및 기반시설의 성숙'까지 마무리 하게 되면 비로소 계획된 그림을 완성케 된다.

한편, 지난 2005년 12월엔 전국 10개 혁신도시(부산·대구·광주전남·울산·강원·충남·충북·전북·경북·경남·제주)의 입지선정이 완료됐다.

혁신도시는 이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지역 대학 및 연구소, 산업체,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신성장동력 창출의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각 지역별 특성을 살려 ▲혁신거점도시 ▲친환경녹색도시 ▲개성 있는 특성화도시 ▲교육·문화도시란 4가지 유형에 맞춰 조성되고 있다.

지난 2009년 경찰교육원의 충남혁신도시 이전을 시작으로 총 154개 대상 기관 중 현재 138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또, 해당 기관들을 통해 4만 9000여명의 인력이 혁신도시에서 근무 중이다.
 

 

▲ 지역별 혁신도시 현황. 자료=국가균형발전위원회

◇ 쉽지 않은 열매 맺기…지금이 '승부처'

전문가들은 대부분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과정이야 어떻든 지역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임엔 분명하다는 의견이다.

오동훈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진행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지방에서의 고용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며 "방향성으로 봤을 땐 과거 어느 때보다 긍정적인 정책이다"고 강조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이미 건설업계나 정부에선 혁신도시의 전반적인 내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취지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는 처음부터 국가균형발전 목적이 아닌 정권 잡기에 불과한 보여주기식 정책이다"며 "지역발전에도 큰 효과가 없고, 오히려 사회적 비용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행복도시와 혁신도시가 국가균형발전의 취지에 맞게 제대로된 정착을 이뤄내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가 있다고 조언한다.

대표적으로 ▲지리적 제약에 따른 업무효율 저하 ▲정주여건 미비로 인한 낮은 이주율 ▲비합리적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이 문제로 제기됐다.

공공기관들을 지방으로 보내는데 까진 성공했지만, 실질적으로 해당 지역들이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칫 공공기관 본래의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 마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평가 보고서'를 통해 혁신도시들이 교육·정주여건 개선을 통한 가족동반 이주 촉진과 스마트워크 활성화 등을 통한 업무 비효율 최소화를 꾀할 필요가 있단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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