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심규범 연구위원
수주생산과 옥외생산이란 특성 때문에 일거리가 줄거나 날이 궂으면 생산이 중단되는 것은 독일이라고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능인력을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다양한 근로복지 혜택과 직업전망을 주고 있다. 사실은 이것부터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의 메커니즘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독일엔 페이퍼컴퍼니가 없다. 발주자가 낙찰자를 선별할 때 실제 시공을 담당할 수 있는 기능인력의 보유를 중요한 판단 기준 중 하나로 보기 때문이다. 그것도 상위 자격증일수록 높은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수주가 생명인 건설업체는 자격증을 취득한 기능인력을 보유하려고 한다.
그리고 자격증과 경력을 활용해 등급을 정하고 그에 맞는 임금을 지불한다. 수주가 줄거나 날이 궂어 작업을 못할 경우 그에 소요되는 임금은 노ㆍ사ㆍ정이 분담한다. 훈련생에게 지급하는 훈련수당은 산업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다.
필자는 지난 2001년에 독일을 방문했을 때, 70세 정도의 건설산업 시험위원을 맡고 있는 마이스터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노동자로서의 마지막 정거장’으로부터 오늘날의 ‘마이스터’에 이르는 데 50년의 세월이 걸렸고, 그 핵심은 교육ㆍ훈련ㆍ자격시스템을 체계화하고 이를 건설산업의 생산구조 속에 결합시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노가다’를 숙명처럼 여기는 우리에게 독일의 현실은 꿈만 같다. 하지만 그들도 ‘노동자로서의 마지막 정거장’ 시절에 오늘날의 ‘마이스터’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갖지 못했던 벤치마킹 대상이 있다. 그리고 올해 건설근로자의 교육훈련ㆍ취업지원ㆍ근로복지를 유기적으로 연계해 추진할 수 있는 전담기구(건설근로자공제회의 확대)를 만들고 있다.
독일의 메커니즘을 제도에 녹여 들이고, 전담기구를 중심으로 일관되게 추진한다면 또 하나의 믿기지 않는 변화를 우리가 만들 수 있다. 지금 새롭게 시작될 전설의 한 가운데 서있다.
심규범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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