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복남 연구위원

지난 3월26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보고를 통해 확정된 MB정부의 건설산업선진화방안(건설산업 선진화 비전 2020)이 발표됐다.

MB정부의 건설산업 선진화호는 2020년이라는 지금으로부터 12년 후 목적지를 향해 출항했다. 정부와 시장도 건설산업의 선진화가 얼마나 멀고 또 힘든 과정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공감하고 있기에 장기 목표를 정한 것이다.

MB정부가 건설산업 선진화 방안이라는 카드를 또 다시 꺼내 든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이 당면 해 있는 현안을 방치 할 경우 그 피해가 국가와 국민들에게 돌아 올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대로 두는 것보다 선진화 목표와 전략을 통해 국민들에게 신뢰받는 가치 있는 경제 주체로 탈바꿈시키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다.

선진화 목표는 생산성 향상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뒀다. 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은 개방화·효율화·투명화 등 3가지로 압축해 어떤 전략이 선택되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도록 했다.

개방화는 규제완화를 통해 건설산업이 시장 경제 흐름으로 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생산기업들에 비해 발주기관 및 발주제도 역량이 부족함을 인정해 발주자 역량 강화 방향도 선택됐다.

시장 경제에서 자칫 심화될 수 있는 불합리한 관행이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문화와 인식을 혁신하는 방향도 선택했다. 추진 방향과 전략에 따라 1차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첫째 과제는 규제완화가 가져 올 생산성 제고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자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보호·육성보다는 시장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확보해 사용자인 국민들에게 혜택을 돌려주자는 것이다.

둘째 과제는 발주제도 개선으로 공공사업의 효율성을 되찾자는 목적이다. 발주자의 재량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책임성도 강화해 발주자 스스로가 목표를 철저하게 끌어가도록 했다. 이를 위해 국가의 획일적 발주방식을 발주기관별로 특성을 갖도록 했다.

셋째는 국내건설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설계·엔지니어링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선택했다. 이를 위해 설계·엔지니어링 기준을 글로벌시장과 호환성을 충분히 갖출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넷째 과제는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데 뒀다. 핵심과제로 원.하도급 및 턴키 등 발주심의기능을 중앙정부에서 발주기관의 선택에 맡기자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 발주자 역량 강화를 위한 강력한 후속 조처도 포함했다.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주저 할 수 없는 게 글로벌 경쟁 틀에 속한 국내건설산업의 숙제다. 큰 틀에는 공감하면서도 개별기업이나 개인의 이해에 따라 반대 혹은 찬성할 수 있다.

그러나 MB정부는 선진화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우선 지난 4월부터 ‘공공발주기관협의회’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국토부 산하 5대 공기업이 선진화방안에 제시된 우선 과제 시행을 위한 준비 작업을 이미 시작했다.

비록 12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목표이기는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는 한국 속담처럼 건설산업 선진화는 되돌아 올 수 없는 길로 들어섰다고 본다.

다만 ‘흑백 혹은 제로섬 게임’이 아닌 국가와 국민에게 건설산업이 어떤 경제적 혜택을 돌려 줄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며 실행해 가는 게 한국건설산업에 주어진 의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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