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담패설·남편 성추문 등 역대급 신경전

▲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딸 첼시 클린턴이 지난 9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2차 TV 토론장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2차 TV토론이 음담패설, 남편의 성추문, 이메일 스캔들, 납세 의혹 등 후보들을 둘러싼 각종 논란들로 지난 9일 진흙탕 토론이 됐다.

클린턴과 트럼프는 이날 미주리주 세인트 루이스의 워싱턴대학에서 2차 토론을 실시했다. 두 후보는 무대에 올라 악수를 생략한 채 짧은 인사만 나눠 둘 사이 첨예한 신경전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트럼프는 토론 시작부터 그를 둘러싼 음담패설 논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진중한 목소리로 "뒤에서 우리끼리 한 얘기였다.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며 "난 가족과 미국인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난 여성들을 매우 존중한다. 나 만큼 여성들을 존중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ISIS(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다른 명칭)가 세상에 살고 있다"고 즉답을 피하려 했다.

사회를 맡은 앤더슨 쿠퍼 CNN방송 앵커가 "(음담패설에서 거론된) 일을 한 적 있는가?"라고 지적하자 트럼프는 "아니다. 그런 적 없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난 이 나라를 안전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을 돌렸다.

클린턴은 "여성에 대해 생각하고 대하는 방식은 그가 바로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보여준다"며 "우리는 대선 내내 그가 여성을 모욕하는 걸 봐 왔다"고 했다. 이어 "맞다. 이게 바로 도널드 트럼프"라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그는 누구에게 어떤 것에 대해서도 절대 사과하지 않는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는 '그들이 저급하게 굴어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간다'고 조언한 바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지 않고 '빌 클린턴' 성추문 카드를 거내들었다. 그는 클린턴 후보의 남편인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 "이 나라의 정치 역사상 그만큼 여성들을 함부로 대한 자는 없다"고 비판했다. 빌 클린턴도 이날 딸 첼시와 함께 토론회장에 나와 있었다.

트럼프는 이어 "힐러리 클린턴은 (클린턴의 성추문을 제기한) 여성들을 잔인하게 공격했다. 피해 여성들이 이 자리에 와 있다"며 "그가 진실을 알고 있다면 스스로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객석에는 과거 빌 클린턴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폴라 존슨, 캐슬린 윌리, 후아니타 브로드릭이 자리했다. 트럼프는 토론 한 시간 전 이들과 전격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두 사람의 입씨름은 클린턴의 국무장관 시절 이메일 스캔들로 옮겨 갔다. 클린턴이 트럼프는 법집행기구의 통제권을 가질 자질이 없다고 비판하자, 트럼프는 "그렇다면 당신은 감옥에 있을 테니까"라고 응수했다.

트럼프의 세금 회피 의혹도 도마 위에 올랐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20년 가까이 연방 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며 "트럼프 같은 사람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우리 군인들과 보건, 교육을 위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트럼프는 이에 클린턴이 연방 상원의원 시절 세법 개혁을 이끌었어야 했다며 "당신이 상원의원 때 왜 바꾸지 않았는가? 당신 동료들 역시 나와 같은 이익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트럼프는 또 클린턴의 증세 공약에 대해 "그는 세금을 막대하게 올릴 것이다. 이는 미국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난 이제껏 대통령에 출마한 누구보다도 세법을 잘 이해한다"고 역설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대체 현실 속에 살고 있다"며 그의 세금 공약은 미국의 부유층에게 선물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클린턴은 부자 증세를 통해 일하는 가정들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러시아 해킹 논란도 거론됐다. 클린턴은 러시아가 트럼프를 당선시키기 위해 미국 기관들을 해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에 "난 러시아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난 러시아에 빚이 없다"고 맞섰다.

트럼프는 클린턴에게 시리아 사태의 책임을 물으며 "그가 내린 거의 모든 외교 정책은 실수였고 재앙이 됐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많은 국민들이 '트럼프의 미국'에서 설 자리를 잃을 까봐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두 후보간 첨예한 공방전이 90분 내내 계속되자 토론 말미 청중석에서 "서로에 대해 존중하는 점을 무엇이든 말해 달라"는 질문이 나오기까지 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자녀들은 헌신적이고 능력있다며 이는 트럼프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클린턴을 '포기를 모르는 투사'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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