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 경력 12∼25년 베테랑 4명으로 구성

▲ 필리핀 마닐라 동쪽 파식에서 지난 9월 마약거래꾼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살된 채 길 한 쪽에 쓰러져 있는 가운데 경찰이 주민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경찰청 관계자가 "필리핀 경찰청과 협의가 완료됐다"며 "파견팀이 오늘 오후 9시 인천공항에서 필리핀으로 출국한다"고 13일 밝혔다.

파견팀은 현장감식, 총기분석 등 관련 분야 근무경력 12~25년의 전문 경찰관 4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3명은 유사 사건으로 해외 파견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11일(현지시간) 오전 7시30분께 팜팡가주 바콜로시 소재 사탕수수밭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한국인 남성 2명(51세, 46세)과 한국인 여성 1명(48세)이 발견됐다.

피살자들은 발견 당시 모두 머리에 총상을 입었으며 이중 남성 1명은 다리, 여성은 손목이 장판테이프로 결박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남성 2명은 지난 8월16일에 출국해 홍콩을 거쳐서, 여성 1명은 같은 달 19일에 출국해 바로 필리핀으로 들어갔다"며 "관광객도, 수배 중인 인물들도 아닌 걸로 확인돼 일단은 일하러 간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체류나 범죄 연루 등의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들을 아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교민들과 왕성한 교류가 있지도 않았다"며 "현지에선 피살자들에 대해 소문만 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비자 확인 등을 통해 이들의 정확한 필리핀 입국 목적을 파악할 계획이다. 피살자들은 모두 한국에 가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을 처음 발견해 경찰에 신고한 건 사탕수수밭 농부이다. 현장에 유류품이 없어 국적 이 바로 알려지지 않았고, 현지 지문 채취를 거쳐 12일 오후 8시30분에 3명 모두 한국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올해 필리핀에서 발생한 피살사건은 모두 4건이며, 피살자는 6명이다. 최근 3년간 필리핀 내 한국인 피살 현황은 2013년 12명, 2014년 10명, 2015년 11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처럼 다수의 피살자가 결박된 채 발견된 경우는 처음"이라며 "범인이 꼭 현지인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교민 간 범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필리핀은 총기 '신고제'인데다 가내수공업 형식으로 불법 제작·판매를 할 정도로 총기를 구하기가 쉽다. 신고되지 않은 불법 총기만 약 100만 정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청부살인 '가격'이 우리 돈으로 평균 25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점까지 더해져 총기 범죄를 부채질하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경찰은 이번 사건은 청부살인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처럼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결박된 상태의 시신이 발견되는 건 청부살인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다"라며 "청부살인은 시내이든 어디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총기 등으로 살해한 후 바로 도망가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이 외국에서 발생한 한국인 관련 사건에 전문 수사인력을 파견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5월까지 총 4차례다.

필리핀 코리안데스크(한국인 대상 범죄 전담팀) 6명 중 세부 주재 1명을 제외한 5명은 이미 탐문에 돌입하는 등 이번 사건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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