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부국의 기초세운 통치자

▲ 2022년 월드컵 유치국인 카타르를 석유부국으로 세우는데 공헌했으나 아들의 무혈쿠데타로 권좌에서 축출되었던 셰이크 칼리파 전국왕(84)이 지난 23일 서거했다. 사진=AP/뉴시스

카타르 왕궁이 석유부국 카타르의 전 국왕으로, 아들의 무혈 쿠데타로 권좌에서 축출당했던 셰이크 칼리파 빈 하마드 알타니가 지난 23일 서거했다고 밝혔다.

카타르 국영TV는 이날 밤부터 모든 정규 프로그램 방송을 중단하고 쿠란의 독경을 내보냈다. 현 국왕이며 고인의 손자인 셰이크 타민 빈 아마드 알타니왕은 사흘간의 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동쪽 해안에서 페르샤만으로 돌출해있는 카타르는 2022년 월드컵 축구경기 개최국이며 석유수출국기구(OECD) 회원국이기도 하다. 고인은 1995년 스위스의 휴가여행중 아들 셰이크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의 무혈 쿠데타로 권좌에서 축출되었다.

셰이크 칼리파는 카타르의 급속한 근대화의 주역으로 엄청난 천연가스 매장량을 발견하고 이를 발굴해 나라를 세계적인 석유 부국으로 만들었다. 그는 1971년까지도 영국 보호령이었다가 독립한 카타르가 인접국과의 끊임없는 영토분쟁에 휘말려 있는 상황에서도 이웃의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사우디 아라비아 ,아랍 에미리트와 함께 걸프협력위원회(GCC)를 결성하는데 성공했다.

또 1990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세이크 칼리파는 이웃 아랍국들과 함께 이라크 전쟁에 참전한 미국주도 연합군을 위해 국내의 군사기지와 시설을 제공해 미국, 캐나다 프랑스 전투기들이 카타르 비행장에서 출격하게 했다.

걸프전쟁이 끝난 뒤에도 그는 미국과 안보협약을 맺고 오늘 날까지도 미군 중앙사령부의 본부와 시리아와 이라크 내 IS를 공격하기 위한 미군 전폭기들의 기지를 카타르 내에 두고 있다.

그를 축출한 아들 셰이크 하마드는 무혈 쿠데타 이전에도 오랫동안 이 나라의 실권을 장악한 인물로 알려졌으며, 공식적인 틀을 깨고 파격적인 정치 행보를 보여온 것으로 유명하다. 아들 은 쿠데타 당시 국방장관이었으며 "조국이 당면한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 때문에" 정권 장악이 불가피했다고 밝혔었다.

축출된 고인 역시 전 국왕인 사촌을 퇴출시키고 23년간 나라를 통치했다. 하지만 아들의 쿠데타로 인해 귀국하지 못한채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돌아가겠다"고 말해왔지만 2004년에야 귀국이 이뤄졌다. 이후 죽을 때까지 대외활동 없이 조용한 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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