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안보·농업 인프라 개발 자원 명목

▲ 일본을 방문 중인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왼쪽)이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에 나서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일본정부가 필리핀에 해상안보 및 농업 인프라 개발 지원 등의 명목으로 210억 엔(약 2300억원) 규모의 차관을 제공한다.

일본을 방문 중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필리핀의 해상안보 현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26일 밝혔다.

일본 방문에 앞서 중국을 방문했던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도 135억 달러(약 15조원) 규모의 경제 협정을 체결했었다.

두테르테 필리핀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남중국해를 포함한 해양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계속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일본은 필리핀의 해상안보 현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필리핀과 일본은 지역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 계속 긴밀하게 협조할 것이다. 또한 민주주의 가치와 법의 지배, 남중국해를 포함한 분쟁의 평화적인 해결 등의 가치를 공유한다”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오늘은 양국의 국교정상화 60주년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경제와 안전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고 싶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베 총리는 “남중국해의 이슈는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과 직결된다. 또한 국제사회 전체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일본은 두테르테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필리핀과 중국 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 것을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장관은 3일간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뒤 27일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예방한다.

양국은 일본이 필리핀의 해상 안보 능력 제고를 위해 해안경비정 2정과 T-90 훈련기를 필리핀에 제공하는 것이 포함된 합의서에 서명했다.

두 정상은 이날 미국과의 안보 동맹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 부장관은 두 정상의 기자회견 후 기자들에게 미국과의 동맹은 공동성명에 언급이 되지 않았지만 양국 정상은 미국과 일본, 필리핀 간 우정과 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하기우다 부장관은 또 두테르테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회담 자리에서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같은 날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필리핀에서 외국 군대가 모두 나가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2년 내에 그들이 모두 나가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쿄 경제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중국과 친구가 되기를 원한다. 나는 무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 나라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나는 폭격기들이 사용하는 공항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필리핀은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당시 미국-필리핀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체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와 관련 “합의를 다시 할 필요가 있으면 그렇게 할 것이다. 미국과 필리핀 사이에 남은 문제는 군의 주둔”이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또 “우리는 미국의 지원을 받지 않고도 생존할 수 있다. 삶의 질이 조금 나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어 “필리핀 헌법은 독립적인 외교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는 이웃나라와 싸우지 않는다. 중국의 친구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과 군사 협력을 강화해 갈 것인지에 대해선 “(중국 방문은) 경제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한 것이었다. 무기나 부대파견 이야기는 안했다. 어떤 투자가 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미국과 예정됐던 합동군사 훈련도 취소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수행하고 있는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이와 관련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과의 상호 안보조약을 존중하고 있으며, 이를 깨트릴 의도가 없다고 밝혔다. 야사이 장관은 그러나 필리핀과 미국의 합동군사훈련이 필리핀과 중국 간 우호 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미군 5만 명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 최고의 맹방이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취임한 이래 미국과의 거리를 두는 발언을 계속해 왔다. 지난 19일 중국을 방문 중이던 두테르테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필리핀 교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필리핀의) 외교 정책은 중국으로 방향을 확 전환하고 있다”며 “이제 미국에 굿바이를 고할 때다. 더 이상 미국의 간섭은 없다. 더 이상 미국의 군사훈련은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었다.

현재 필리핀은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저지하는 핵심적인 방어선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필리핀 기지만 해도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만의 해군기지 등 5개나 된다. 미국은 이들 5개의 기지를 거점으로 항공모함과 군함, 비행단 등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냉전체제 해체 이후 필리핀에서는 미군철수를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이에 따라 1992년 미군은 필리핀으로부터 철수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들어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필리핀은 2014년 4월 미국의 재 주둔을 허용하게 된다. 당시 필리핀과 미국간 체결한 조약이 EDC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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