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광고가 넘쳐나는 사회다. 우리는 좋든 싫든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자리에 들때까지 숱한 광고를 접하며 살고 있다. 프랑스의 광고학자 로베르 궤링은 이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 냈다.“우리가 숨쉬고 있는 공기는 질소와 산소 그리고 광고로 이루어져 있다”라고.

광고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현실에서 펼쳐지는 경제, 사회, 문화, 국민의 라이프스타일 등 모든 것이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광고의 최종적인 목적은 상품 판매에 있다. 소비자가 뭘 원하는지, 뭘 갖고 싶은지를 광고주가 알아야 하는 까닭이다. 그러기에 광고에는 소비자의 필요와 욕구(consumer needs and wants)를 충족시켜 줄 메시지가 담겨 있다. 소비자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필연성으로 인해 광고는 잠재적 고객들이 느끼는 감정에 지극히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광고는 유행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사회적 이슈라도 생기게 되면 이와 연관된 패러디가 온 오프라인상에 봇물 터지듯이 나온다. 광고도 예외는 아니다. 패러디 광고의 대상은 무척 광범위하다. 고전적인 명화를 비롯해 소설, 음악, 영화나 뉴스, 코미디 등 거의 전 영역에 걸친다.

■ 사회 이슈 빗댄 패러디 광고 주목

그러나 패러디 광고에도 금기 영역은 있다. 그것 중 하나가 정치와 관련된 패러디이다. 정치는 각 개인의 성향이 확연히 다르고 워낙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각종 패러디물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유독 광고 영역은 조용하다. 물론 “순시리 콩밥정식, 하야 빵, 그만 두유, 순실 치킨” 등 일부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에 의한 패러디 광고가 간혹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기업을 비롯한 일반 기업체의 상품광고에 있어서 최근의 사태에 대한 패러디광고는 언감생심이다. 지역별, 나이별, 성별, 소득수준에 따른 각 개인들의 정치적인 성향은 극과 극인 경우가 많다. 기업이 이같은 특수성을 간과한채 요즘처럼 민감한 상황에서 패러디를 올렸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최근 한 기업체의 회장이 인터넷 카페에 촛불시위를 비난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가 네티즌의 집중적인 항의를 받고 즉시 삭제했다. 하지만 불씨는 사라지지 않고 이제는 해당 기업체의 불매운동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정치색이 짙은 패러디 광고는 기업에 있어서는 금기사항에 속한다. 특히 기업의 대표는 정치적인 성향의 개인 의견 표명까지도 조심해야 한다.

■ 정치·종교엔 엄격한 잣대로 '금기'

패러디 광고의 또다른 금기 영역은 종교적인 부분이다. 워낙 민감해서 정치 패러디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기도 한다. 일단 이슈로 떠오르면 폭발력과 후폭풍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진다. 과거 패션기업 베네통은 인종, 환경, 전쟁, 에이즈 등 등 광고에서는 다루기 껄끄러운 소재를 과감하게 이용하여 비주얼 충격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종교적인 내용은 광고에서 금기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례화됐다고 보아도 무방할 듯 싶다. 만일 특정 종교를 희화화하는 패러디 광고물을 올렸다가는 종교 단체의 집단 항의로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 '파격의 아이콘'인 베네통도 예민한 종교적 내용이 포함된 일부 광고는 하지 못했다. 야심차게 화합을 주제로 한 “Unhate campaign”에서 교황 베네딕트 16세와 이슬람교 사원인 알 아즈하르 최고 종교지도자 아흐메드 엘 타예브 두 사람의 키스 장면을 담은 광고물을 제작해 선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교황청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실제 집행을 포기한 채 철회하고 미완의 과제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광고제작자들은 남보다 튀고 돋보이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때로는 금기시되는 부분까지 건드리고 싶은 유혹도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광고가 논란이 됐을 때가 문제다. 브랜드에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광고 제작자와 광고주들이 안고 있는 숙명적(?)인 고민이기도 하다.  <이정백 올리브애드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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