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과의 여행-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내의 휴대전화 초기화면에 써 있는 글귀이다.
배경화면에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의 야외공원에서 모녀가 함께 서있는 사진이 담겨 있다.
엄마와 딸의 표정이 평온하면서도 환해서 보고 있으면 빙그레 웃음이 피어 오른다.
지난해 5월 2주가량 유럽의 포르투갈과 스페인을 둘러보고 온 모녀간의 여행은 온전히 큰딸 덕분에 이뤄졌다.

여행 비용과 일정은 모두 큰 딸이 챙겼다. 아직까지도 묻지는 않았지만 제 딴에는 오래전부터 엄마와의 여행을 위해 월급과 보너스 등을 아껴서 현금을 마련해 두었을 듯 싶다. 숙박 장소와 식당, 항공편까지 꼼꼼히 파악해 예약까지 마친 상태여서 아내는 말 그대로 가방만 들고 따라다니면 되는 수준이었다. 둘 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갖겠다며 여행사도 통하지 않고 편한 일정을 짠 것도 대견해 보였다.

출국하는 날. 인천공항까지 승용차로 바래다 주려 했지만 모녀가 정중히 사양해 공항버스로 떠나는 모습을 보며 손을 흔드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버스에 타는 순간부터 엄마랑 둘 만의 시간을 즐길 생각입니다. 아빠는 걱정말고 집이나 잘 지켜주셔요"

당시 아내는 거의 매일 카톡을 보냈다. 때로는 사진까지 곁들여 소식을 전하곤 했다. 시간에 쫒기지 않고 편안하게 여행을 즐기고 있음은 알수 있었다.기록으로 남겨 두었으면 좋았을텐데 휴대전화 조작을 잘 못하는 바람에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모녀가 무슨 얘기를 주고 받았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짧지 않은 기간동안 함께 먹고 마시고 자면서 엄마와 딸만이 느낄 수 있는 끈끈한 가족애는 더 커지고 진해졌을 듯 싶다.
먹을 걸 좋아하는 딸은 츄러스라는 음식을 먹으러 3차례나 같은 식당을 찾아 갔다고 한다. 첫번째는 손님이 너무 많아서 못먹고 두번째는 좀 늦게 갔더니 영업시간이 종료되는 바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웃픈 얘기다. 세번째는 아침부터 서두른 바람에 성공했는데 아내는 먹기를 포기하고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귀국하는 날도 모녀는 공항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편하게 여행을 즐긴 때문인지 둘의 얼굴빛은 밝았다.
아내는 귀가한 이후에도 가끔씩 휴대전화에 저장된 사진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떠울리곤 했다.

시일이 좀 지난 후 슬그머니 아내에게 물었다.
"여행은 좋았어요?"
"그럼요. 딸과 같이 간 여행인데. 거기다 모든 비용도 다 내주었으니 더 좋았지요,하하"

세상사가 생각대로 되는 건 아니어서 모녀가 또 다시 단 둘만의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는 모른다. 다만 엄마와 딸의 관계가 한층 돈독해 진 것은 느낌으로도 알 수 있을 정도다.

"딸 고마워. 아빠도 못했던 거 엄마께 해 드려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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