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우리말 속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이미 일이 잘못된 뒤에는 후회하며 손을 써 봐야 소용없다'는 부정의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중국에서 '양을 잃고서 우리를 고친다(망양보뢰, 亡羊補牢)'는 '일이 실패한 뒤에라도 바로 수습을 하면 늦지 않다'는 긍정의 뜻으로 쓰인다.

비슷한 표현이지만 그 어감이 미묘하게 갈린다. 전자는 이미 일이 실패한 뒤에는 그것을 벌충할 수 없음을 인식하고 미리 준비해야 함을 경계한다. 반면에, 후자는 비록 일이 한 번 어그러졌더라도 그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분발할 것을 촉구한다.

올해 우리나라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엄청난 손실을 봤다.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잇달아 큰 타격을 입으니 국가적인 경제 위기의 우려도 나왔다.

두 회사 모두 출발은 좋았다. 기존 제품전략과는 다른 혁신적인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듯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준비의 부족으로 수조원대의 엄청난 손실을 보고 기업 이미지는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휴대폰 사업부문 경영진들에 대한 문책이 있었겠지만, 양사는 기존 경영진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분위기다. 중국식 '망양보뢰'의 긍정의 의미를 살린 결정이라 할 수 있다. 기존 경영진에게 신뢰를 계속 보냄으로써 올해의 실패 경험을 반추해서 내년에 새로운 도약을 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실패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을 미래 발전의 동력으로 삼지 못했다. 자본과 노동 투입만으로 고속 경제성장이 가능했던 시대에는 실패자 대신에 다른 사람을 대체하면 됐지 그 실패의 경험 따위는 필요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과거와 같은 물량 투입 위주의 고속경제성장이 힘든 이 시대에는 자본과 노동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까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 그만큼 개인 개인이 갖고 있는 독특한 경험이 인적 자본으로서 매우 소중하다. 그 과정에서 회사는 성공의 경험뿐만 아니라 실패의 경험도 자산으로 인식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이제 시작 수준이다. 아마 우리 사회에도 실패가 문책의 원인이 아니라 발전의 소중한 경험으로 인식되는 날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가 긍정의 의미로 쓰이는 날일 것이다. 우리가 무심결에 쓰는 속담 하나에도 우리 사회·문화 인식의 토양이 드러남을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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