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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칼럼새해가 왔지만 새해 같지 않다.

[일간투데이 이동재 기자]

새해가 왔지만 새해 같지 않다(新年來不似新年)

2016년이 저물고 2017년을 맞았다. 예년이었다면 정초를 맞아 많은 이들이 웃음기 어린 밝은 표정으로 서로간에 이런 저런 덕담을 주고 받았을 터이다. 국정의 책임자들과 여야 정당들도 앞다퉈 장미빛이거나 적어도 희망적인 청사진들을 제시하기에 바빴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 맞는 정유(丁酉)년의 풍경은 우울하거나 움울한 듯 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최순실씨로 귀결되는 국정 농단, 박영수 특검의 수사, 박한철 소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와 관련된 숱한 사안들에 대한 갑론을박. 여야 정치권 잠룡들의 물러설 수 없는 대선 경쟁.

해가 바뀌었지만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크고 작은 사안들마다 한결같이 현재진형형이다. 오히려 앞으로 치고받는 악다구니 다툼은 더욱 심해지고 점입가경의 지경까지 이를 공산이 더 커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들께 굉장히 미안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지낸다"고 말했다. 하지만 곧바로 뒤를 이어 "저를 이렇게 도와줬던 분들이, 그저 맡은 일 열심히 한다고 죽 그동안 해 온 것으로 저는 알고 있고 또 그렇게 믿고 있는데"라며 "휴일도 없이 일하고 (한 분들이) 어떻게 이런 데 이렇게 말려 가지고 여러 가지 고초를 겪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많이 마음이 아프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언론과 검찰이 제기한 그동안의 사안들을에 대해서도 "왜곡과 오보”라고 일축했다. 세월호 사건 당일 행적에 대해서는 "(청와대 본관에서 참모들과 회의를 하는 것보다 관저에 머물면서) 현장에서 대처를 잘 하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피눈물'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이날의 간담회 발언도 이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의 문고리만 잘 단속했더라면 국민들의 가슴 속에 이같은 전대미문의 혼돈, 절망, 황당, 암울, 실망과 같은 감정들은 자리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왕소군은 서시, 초선, 양귀비와 함께 중국의 4대 미녀로 꼽힌다. 한 나라 원제의 총애를 충분히 받고도 남을만한 미모를 지니고 있었지만 흉노의 땅으로 끌려가 그 곳에서 생을 마쳐야 했다.

원제는 기원전 38년 전국에 후궁을 모집한다는 조서를 내렸다. 재색을 뽐내며 입궁한 궁녀들이 수천명에 달했다. 황제가 모든 궁녀들을 볼 수 없으니 화공들이 초상화를 그려 바치게 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됐다. 모든 궁녀들의 아름다움과 추함이 화공들의 손끝에 달리게 된 것이다. 벼슬을 하거나 부귀한 집안 출신인 궁녀들은 화공에게 자신의 모습을 예쁘게 그려 달라고 뇌물을 건넸다. 요즘도 본인인지 여부를 알수 없을 정도로 사진에 갖가지 재주를 부리는 판이니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다. 빈천한 집안에서 태어난 왕소군은 금품을 건넬 수 없었다. 화공 중 하나인 모연수는 왕소군의 용모를 대충 못생기게 그렸다. 왕소군은 18세에 입궁했지만 5년이 넘도록 황제의 얼굴조차 보지 못했다.

기원전 33년 흉노의 실세인 호한야 선우가 원제를 알현하기 위해 장안으로 왔다. 원제는 자신이 만나보지 못한 궁녀들을 불러와 술을 권하게 했다. 그 무리에 왕소군이 속해 있었다. 호한야는 그녀를 원했고 원제도 아쉬웠지만 승락할 수 밖에 없었다.

자세한 진상을 파악한 원제는 왕소군의 얼굴을 엉망으로 그린 모연수를 처형했다. 하지만 왕소군은 끝내 흉노로 떠나야 했다. 황제의 신임을 빌미로 어줍잖은 문고리 권력을 휘둘렀던 화공의 비참한 최후는 반면교사로 삼아도 좋을 듯 하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들썩거리면서 청와대 문고리 권력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문고리는 문을 열때 문 안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단순한 도구이다. 한데 제법 높으신 분들의 문은 잘 열리지 않는다. 결국 문을 지키는 이들의 위세가 막강해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심지어 왕이나 대통령에게 전해질 이야기들을 미리 심사까지 했다면 나는 새도 떨어뜨릴 수 있었을 것이고.

왕소군의 사연을 접한 당나라 시인 동방규는 소군원(昭君怨)이라는 시에서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구절을 남겼다. 어둡고 막막하지만 변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미래에 대한 적절한 표현인 듯 싶다.

오랑캐 땅엔 꽃도 풀도 없어(胡地無花草)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구나(春來不似春)

국가의 운명이 몹시 어지럽고 어렵다. 또 어떤 예기치 못한 일들이 터져나올까 두려울 뿐이다. 새해를 새해로 맞는 정상적인 나라의 모습이 보고싶다.  <이동재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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