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올리브애드 CEO

1997년 IMF 외환위기 때 다니던 회사가 1차 부도가 났다. 그 날은 기자와 점심약속이 있어 회사 근처 식당에서 만나 식사를 하고 법인카드를 꺼냈는데 ‘결제 불가’였다. 주거래 은행이 카드를 정지시킨 것이다. 결국 음식값은 기자가 냈지만 점심 대접을 하려고 만나자고 했던 내가 머쓱하게 되었다.

다행히 2차 부도는 면하고 회사는 겨우 회생하였는데 광고와 홍보를 담당하던 나는 광고 예산이 없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직을 결심했다.

■ 홍보는 돈 안드는 광고

광고에는 예산 투입이 전제된다. 미국 마케팅학회의 정의에 따르면 광고(Advertising)란 “명시된 광고주에 의한 아이디어, 상품, 서비스의 유료형식(paid form)의 비대인적 제시 및 촉진”인데 유료형식이므로 반드시 돈이 든다. 그것도 아주 많이. 광고예산 없이 광고하는 방법은 길거리에 나가 외치는 방법 밖에 없다. 그래서 초기에는 광고인을 광호인(Cirer: 외치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예산은 안들이고 광고는 하고 싶어 한다.

반면에 홍보는 돈이 안 든다. 돈이 전혀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의 광고비에 비해서는 돈이 거의 안 드는 셈이다. 홍보(Public Relations)란 “기업·단체 또는 관공서 등의 조직체가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통하여 스스로의 생각이나 계획·활동·업적 등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말하는데 광고처럼 일정한 광고료를 내지 않으며, 또 홍보 주체가 분명히 밝혀져 있지 않다.

이를테면 기업의 생산이나 투자, 기술개발, 신제품 출시 등의 기업활동을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할 때 흔히 언론을 통해 알리게 된다. 전통적인 방식은 기업 홍보실에서 먼저 보도자료를 작성하여 관련 사진이나 입증 자료 등을 첨부하여 업계 담당 기자에게 전달한다. 담당 기자는 기업체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를 근간으로 보충 취재와 확인 절차를 거쳐 기사를 작성, 해당 매체에 게재하게 된다.

기자가 직접 기사를 작성하기 때문에 홍보 주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광고가 아니기 때문에 광고비도 지불하지 않는다. 반면에 매체 및 기사의 신뢰도에 따라 홍보 효과는 광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광고보다는 홍보를 선호한다.

■ 홍보는'양날의 칼'

그러나 홍보에도 주의할 점은 있다. 홍보는 양날의 칼이다. 광고는 광고주가 돈을 내고 지면이나 시간을 사서 그 안에 자기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다 담아 매체를 통해 내보내면 된다. 하지만 홍보는 홍보하는 사람의 의지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중간에 기자라는 게이트키퍼(gatekeeper: 정보 관리자)를 거치기 때문에 보도자료에 광고성 정보나 허위, 과장이 섞여 있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가 있다. 만약 원하는 방향으로 기사가 나가지 않고 의도하는 바와 정반대로 나간다면 차라리 홍보를 아니함만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때문에 바람직한 방법은 광고와 홍보를 병행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광고는 예산만 충분하다면 누가 담당해도 좋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광고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 바로 광고의 전문성을 말하는 것이다. 주어진 광고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여 광고 효과를 극대화 하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광고 전문가의 몫이다. 따라서 광고인은 전문성 향상을 위해 끊임없는 자기 계발에 힘써야 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많은 기업들이 예산은 안들이고 광고는 하고 싶어 한다. 필자가 이직을 결심한 후 추천 받아 지원했던 회사의 회장님과 인터뷰할 때였다. 회장님이 물었다. “홍보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망서리지 않고 대답했다. “홍보는 돈 안 드는 광고입니다”즉시 채용이 결정됐다. <이정백 올리브애드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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