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FTA 재협상이나 폐기·TPP 탈퇴 강조

[일간투데이 이동재 기자] 지난 2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후 멕시코 경제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 시절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고 그 비용을 멕시코 정부에 청구할 것이라는 공약을 내놓았다. 멕시코 등 해외에 공장을 건설한 제조업 회사들도 미국으로 재유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불법 이민자를 규제하고 해외 송금도 제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이나 폐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의 탈퇴를 강조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TPP 탈퇴를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위 공약들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와 멕시코 내 외국인들의 직접투자와 통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해외동포원(IME:Institutos de los Mexicanos en el Exterior)에 따르면, 2015년 현재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는 약 58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멕시코 경제부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멕시코 전체 수출 중 약 80.8%를 미국이 차지했다. 2016년도 대미 수출은 전체의 81%에 달했다. 미국은 멕시코 내 1위 투자국으로, 1999년부터 2016년까지 전체 멕시코 내 외국인직접투자 중 45.9%를 기록했다.

멕시코의 경제 기상도도 흐린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멕시코 페소화의 가치가 꾸준히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6년 11월 1일 달러당 18.87페소에 거래됐으나, 지난 20일 1달러당 21.90페소에 거래돼 최근 2개월 간 페소화 가치는 약 18%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페소화 가치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달러당 20.92페소에서 22.78페소에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대로 NAFTA를 폐기하고 멕시코산 수입품에 35%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페소화는 1달러당 25페소선에서 거래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이 제대로 시행될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CNN은 멕시코와 미국의 장벽 건설 예산은 80억~100억 달러로 추산되지만,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또 장벽을 관리·감독할 경찰 등의 인력과 관련된 추가비용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 6일 트럼프는 미국 예산으로 장벽 건설을 추진하지만 향후 멕시코에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는 이를 지불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들의 송금에 세금을 부과, 실질적으로 멕시코가 장벽 건설 비용을 지불하게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2016년 11월,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들의 대멕시코 송금액은 23억6200만 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4.67% 증가했다. 미국 내 멕시코 이민자들이 보내는 송금액은 외국인직접투자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외화수입원이다. 미국 내 이민자들이 줄어들거나 송금에 대한 세금이 부과될 경우 송금액 또한 감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NAFTA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약 2년에서 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수입품에 3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WTO(World Trade Organization)체제 하에서 35% 관세 부과는 불법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WTO 체제에 불신을 드러내며 탈퇴까지도 고려한다고 밝힌 바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재 미국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들의 수출이 감소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국가 경제성장률, 환율 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때문에 전문가들은 멕시코 정부가 새로운 FTA 조약을 체결하거나 유럽 등 기존 FTA체결국과 더 나은 조건의 협상을 시도해 수출경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멕시코 경제 상황이 하향세를 보이면서 경제성장 전망치도 낮아졌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올해 멕시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8%로 하향조정했다. 국제금융기금(IMF) 또한 올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1.7%로 조정했다. 미국의 정권 교체로 인한 대외 불안정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게 주된 이유다.

무엇보다도 단기적으로 멕시코 내 외국인 직접투자에 대한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6년 11월 29일 멕시코 투자를 계획했던 미국 에어컨 생산기업인 Carrier는 이를 취소했다. 자동차 생산기업인 Ford도 지난 3일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 당초 멕시코 투자를 계획했던 FCA, GM, 도요타 자동차 등도 돌연 미국 내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취임식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선언했다. 그는 “우리의 일자리, 국경, 부, 꿈을 되찾겠다”며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지금 이순간부터 미국이 우선이 될 것이며, 무역·세금·이민·외교에 관한 모든 결정은 미국인 노동자와 가정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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