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아베 총리의 공격적인 경제정책으로 일본경제가 조금씩 소생(蘇生)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잃어버린 20년'의 전 시절로 돌아가 보면, 일본은 거칠 것이 없었다. 오늘날 중국이 그러하듯이 금방이라도 미국을 제칠 기세였다.

그러한 상승세의 밑바탕에는 '카이젠(改善)'이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공정을 개선해서 산업화의 역사가 100년은 앞선 서구 선진국가들을 따라잡았던 것이다.

일본 카이젠의 역사는 오래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국시대(戰國時代) 전래된 조총(鳥銃)이다. 심지에 불을 켜서 쏘므로 비가 올 때는 무용지물이 되는 약점은 덮개를 씌워 극복했다. 오래 걸리는 재장전 과정의 취약함은 '3열 연속사격'이라는 창안으로 대응했다. 시대배경상의 필요 때문이기도 했지만, 조금씩 개선하다 보니 조총을 전래해 준 서양보다 되려 30년은 앞섰다.

하지만, 비약적으로 발전하던 일본의 총포기술은 전국시대가 끝나자 사라지고 다시 칼이 돌아온다.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섬나라여서 외침의 위협이 적어 총의 필요성이 낮았다. 칼은 일본을 전통하는 상징이고 총은 외래문물이어서 혐오의 대상이었다 등 등. 그중에서 일본의 사무라이들은 인구의 적잖은 비중(7~10%)를 차지해서 총포술의 발달로 인한 자신들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 총포술의 발전을 억눌렀다는 주장이 있다. 소수였던 서양 귀족이 총포술 발달로 몰락한 점과 대비돼 상당히 설득력 있다.

자신들의 위신과 사회적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기술의 발전, 정책의 시행을 막는 사례는 자주 보인다. 가까운 예로 세계화로부터 소외된 미국 북동부 공업지대 백인 노동자들이 트럼프를 당선시켜서 이민제한이나 보호무역을 통해서 세계화의 흐름을 뒤집으려는 것도 비슷한 모습이다.

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누구에게는 새로운 먹거리, 기회의 창지만, 누구에게는 또 다른 좌절의 문이다.

4차 산업혁명의 밝은 면만 보고서 앞으로 나아갈 생각만 하고 그 과정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예전의 일본 사무라이들처럼, 세계화에 반발하는 미국 백인 노동자들처럼 그들도 언젠가는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트럼프는 4차 산업혁명을 뒤엎는 역정보화 정책을 쏟아낼 지도 모른다. 트럼프 집권 후 펼쳐지고 있는 역세계화정책으로 인한 혼란을 보더라도, 기본소득 등 4차 산업혁명의 과실을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골고루 나눌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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