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00가지 물체·색상 인식 후 사용자에게 묘사

[일간투데이 이동재 기자] 호주의 젊은 벤처 사업가 3명이 지난 2016년 주변의 사물을 읽어주는 착한 인공지능 앱 아이폴리(Aipoly)를 개발했다.

아이폴리 앱을 사용하면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아도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주변 물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아이폴리의 공동 창업자 마리타 청은 이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렸을 때 시각장애인 88명을 대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시각장애인들은 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주변에 어떤 물체가 있는지에 대해 일일이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야 하는 것이 힘들다고 답했다. 

아이폴리는 호주에서 무료로 다운로드가 가능하며 1초에 3개의 물체를 확인할 수 있고 타인의 도움을 따로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사생활도 보호받을 수 있다. 맹인안내견을 도움을 받기 위해 출생부터 사육, 훈련, 관리 등의 비용으로 5만 달러(한화로 약 5600만 원) 정도를 지출해야 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혜택인 셈이다. 이전에도 비슷한 앱이 개발된 적이 있었지만 비용과 시간, 인터넷 연결, 사생활 보호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비마이아이즈(Be My Eyes)는 반드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탭탭시(TabTab See)는 인터넷을 이용해야 했고 구글 클라우드비전(Google Cloud Vision)의 경우도 아이폴리보다 12배 정도 느린데다 더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아이폴리 앱의 최근 버전은 약 1000가지의 물체와 색상을 인식할 수 있다. 심지어 코카콜라 같은 상품 브랜드를 구별하고 종이나 화면에 나온 이미지가 무엇인지까지 사용자에게 묘사해 준다. 특히 색상과 브랜드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쇼핑할 때 유용하며, 용기 속에 들어 있는 물체가 무엇인지도 알수 있다. 이 밖에도 유명한 랜드마크를 거의 확인할 수 있으므로 시각장애인이 낯선 곳을 여행하게 될 때 장소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된다. 이에따라 전 세계 약 2억8500만 명에 이르는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곧 발표될 새로운 버전의 앱은 5000가지의 사물을 구분하고 앱이 인식하지 못하는 물체가 있을 때는 그게 무엇인지 가르쳐서 교육할 수도 있어서 다음에는 곧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폴리는 나선구조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s)을 통해 이미지와 언어를 동시에 이해하는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적인 구조는 인간 두뇌의 시신경 피질(visual cortex)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네트워크는 파워풀한 컴퓨터로부터 1000만 개 이상의 현실 사진을 보고 배우는 훈련을 받는다. 이 때문에 앱 버튼을 누르고 스마트폰으로 비추기만 해도 128Mb의 가상의 뇌가 카메라라는 눈을 통해 주변 사물을 보고 무엇인지 알려주게 된다. 이때 딥러닝(Deep Learning)을 이용해 이미지를 인지하는데, 이 기술은 페이스북이 얼굴을 인식하거나 구글에서 이미지를 검색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과 유사하다. 현재 버전이 1000개의 단어를 배운 3살짜리 아이라면, 앞으로 개발될 다음 버전은 5000개의 단어를 알고 있는 4살짜리 아이와 같다고 전해지고 있다.
 
아이폴리는 현재까지 광고나 마케팅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나 2016년 3월 기준 다운로드 건수는 4만 건을 초과했다. 아이폴리는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스페인어, 아랍어, 일본어까지 총 7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아이폴리는 마리타 청, 알베르토 리졸리, 사이먼 에드워드슨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들은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싱귤래러티 대학교(Singularity University)의 팀 과제를 하면서 만나게 됐다. 이 대학은 창업가와 기술자가 만나 글로벌 도전 과제들을 함께 해결하는 솔루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아이폴리 팀은 빨리 개발될 수 있으면서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술을 찾고 있었고, 인공지능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고 전했다. 현재 아이폴리는 호주 멜버른에서 앱의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일본어와 중국어 통역, 얼굴 인식 기능과 같은 새로운 버전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마리타 청은 "사회적으로 좋은 결과를 창출한다면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보스포럼은 보고서를 통해 2020년까지 전 세계 710만 개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구글의 나우(Now)나 애플의 시리(Siri)가 우리 일상에서 개인 비서 역할을 하고 있음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은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인공지능이 극도로 발달하면 인류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이에따라 인공지능을 활용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코트라는 '호주 스타트업의 착한 인공지능 앱 아이폴리'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IT 강국으로 초고속 성장을 이루었지만 인공지능 산업은 시장 형성단계인 출발선상에 있다"며 "국내에서도 인공지능을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착한 기술로 활용한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세계 인공지능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미국은 30억 달러(한화로 약 3조4000억 원), 유럽연합은 10억 유로(1조3000억 원), 일본에서는 1000억 엔(1조2000억 원)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초기 진입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코트라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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