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대행사 올리브애드 CEO

사람은 누구나 '최초'를 꿈꾼다. 시장에서의 '최초'는 '선점'을 뜻하는 말이다. 이것은 '시장지배력'으로 이어진다. 가장 먼저 나온 제품이 시장을 선점하기 쉽고 가장 먼저 나온 캠페인이 시장을 주도해 나가기 쉽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개의 경우 그렇단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최초'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된다.

광고에 있어서도 '최초'가 중요하다. 소비자의 머리 속에 가장 최초로 자리잡은(top of mind) 브랜드가 시장을 지배하기 쉽고 그 시장 지배력은 여간 해서는 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 사례 몇 가지만 들어 보자.

■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는 무역상 광고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는 언제일까? 바로 지금으로부터 131년 전 한성순보 제 4호에 실린 독일 무역상사인 세창양행의 광고이다. 순 한문으로 된 이 광고는 '호랑이, 여우 등의 가죽을 사들이고 서양단추 바늘, 실 등을 판다'는 내용이 주 내용이다. 그러고 보면 1886년 당시만 해도 한반도에서는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였고 사냥꾼에게도 심심찮게 잡혔던 모양이다. 그렇더라도 세계 최초의 광고라고 일컬어지는 이집트 나일강변의 로제타석(Rosetta Stone B.C 196년)이나 터키 에베소 지역의 집창촌 광고보다는 무려 10세기 가까이 늦은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TV광고는 무엇일까? 1994년 11월 11일자 동아일보 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초의 TV 광고는 1956년 5월 12일에 방영되었던 영창산업(영창악기의 전신)의 '유니버셜 레코드' 광고라고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TV방송국인 HLKZ TV의 개국일에 맞춰 방영된 이 광고는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지금처럼 필름으로 찍은 광고가 아닌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으로 구성된 '슬라이드 광고'였다.

녹화기술이 없었던 60년대 초에는 이름조차도 생소한 '생 CM'이란 것도 있었다. 생 CM은 드라마나 쇼가 끝난 후 영화배우나 탤런트가 직접 제품을 들고 나와 생방송으로 제품의 특장점을 설명하는 광고였다. 일종의 실연(공연)광고인 셈이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광고는 술과 약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같은 산업환경을 반영하듯 최초의 CM송도 1959년 11월 라디오를 통해 맨 먼저 전파를 탔던 진로소주 광고였다. "야야야∼ 차차차!"로 시작하는 이 CM송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술자리마다 이 CM송이 불렸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음은 물론이다.

오늘날과 같은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광고는 언제 선 보였을까? 지금은 너무나 일반화되어 흔하지만 1985년 금성사(LG전자의 전신)의 금성 테크노피아라는 기업광고가 처음이었다. 이후 이른 바 하이테크 광고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1980년 11월 1일 컬러TV 방송이 시작된 이후 계속된 전자 기술의 발전이 이루어 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 광고업계 첫 유행어 '형님 먼저, 아우 먼저'

우리나라 최초의 광고대행사는 1962년에 생긴 임팩트였다. 하지만 외국인이 설립한 이 회사는 얼마 못 가서 문을 닫았다. 그 후 1969년에 광고인 사관학교로 불리던 오리콤의 전신인 만보사가 탄생했다. 뒤를 이어 제일기획(1973년), 연합광고(1974년) 등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광고대행사 시대가 열렸다. 그 당시 최대의 광고 유행어는 '형님 먼저, 아우 먼저'로 유명한 농심 라면 광고였다. 후라이보이 곽규석과 코미디언 구봉서가 콤비로 열연한 이 CF는 광고업계가 첫 유행어를 만들어낸 사례로 꼽혀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견해들이 많다.

사실 어느 분야에서든 '최초'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최초'를 이루기 위해 견뎌내야 하는 험난한 과정에는 피나는 노력이 수반된다. 이 땅의 뉴미디어들과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물들은 대부분 이 '최초'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자기 분야에서 1인자가 되려면 무모하다는 핀잔을 듣더라도 남이 안 하는 일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게 중요하다. 숱한 어려움과 괴로움, 실패 등을 거쳐 그 분야에서 가장 먼저 성과를 거두었을 때야 그에게 비로소 '최초'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이 붙여진다. 이 땅의 '최초'를 꿈꾸는 모든 광고인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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