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산업부 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오월동주(吳越同舟).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하지만,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바람을 만나게 되면 서로 돕기를 좌우의 손이 맞잡듯이 한다"('손자병법'). 평소에 사이가 안 좋더라도 커다란 위험을 맞닥뜨리거나 반대로 큰 기회가 다가오면, 사소한 반목과 갈등을 접고 공동의 이익, 목적을 위해서 협력한다는 말이다.

국내 이동통신업계 경쟁기업인 KT와 LG유플러스가 손을 맞잡았다. LG유플러스가 KT의 음악 전문 자회사인 KT뮤직에 267억원을 투자한다. 양사가 느슨한 연합전선 구축에서 자본을 섞는 혈맹이 된 것이다. 국내 이통업계의 절대강자인 SK텔레콤에 대항하기 위함이다.

이번 제휴를 통해 KT는 멜론에 이어 음원시장 점유율 2위인 자회사 KT뮤직에 LG유플러스 고객(지난해 말 기준 1249만명)을 유치, 멜론과 맞붙을 만한 고객 기반을 마련했다.

반대로, LG유플러스는 올해 하반기 선보일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에 핵심적인 음악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다. 지난해 9월 SK텔레콤이 출시한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누구'가 과거 자회사였던 멜론과 연동된 것에 대한 대응 행보다.

양사의 협력관계는 이번이 세 번째다. 양사는 지난해 2월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을 놓고서 SK텔레콤의 'T맵'에 맞서 그동안 각자 따로 수집하던 이용자 실시간 교통정보를 통합하면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또, 사물인터넷(IoT) 분야에서는 역시 SK텔레콤이 주도하는 '로라(LoRa)'에 'NB-IoT(협대역 사물인터넷)'로 대응하면서 칩셋과 모듈, 단말 등 핵심제품을 공동조달하기로 했다. 이번에 지분투자까지 하면서 양사의 협력은 관계가 계속될수록 그 강도가 세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양사의 협력강화에 커다란 위기감을 느끼며 민감히 반응했을 SK텔레콤은 외부적으로는 평온한 양상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국내 업계 및 벤처·스타트업,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통해 뉴(new) ICT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신년사에서 천명한대로 필요하다면 '적과의 동침'도 가능함을 역설했기 때문이리라.

현재는 반대편 진영인 권영수 LG유플러스 회장도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전시회 MWC에서 SK텔레콤 부스를 찾아 둘러보며 "SK텔레콤과 협력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 것을 상기해 보면, 오월관계는 언제라도 바뀔 수 있다.

이통3사간의 경쟁과 협력의 이중주가 소비자들의 혜택 증진과 4차 산업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소비자들은 소모적인 점유율 경쟁보다는 새로운 가치와 혜택을 가져다 주는 오월동주에 지지를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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