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계산'에 60만국민 '미성숙자' 될판

[일간투데이 김동초 기자] 군대, 결혼, 취업, 운전 등의 가능 연령이 18세부터다. 국민의 4대 의무인 병역의 의무 가운데 병역법 제8조는 대한민국 모든 남성이 만 18세가 되면 제1국민 역에 편입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납세를 비롯한 모든 의무의 적용근간인 주민등록증 발급도 만 18세부터다.

민법에서 성인을 인정하는 결혼에 대해서도 만 18세로 규정하며 공무담임권도 만 18세면된다. 이런 사회적 성인을 인정하는 모든 권리와 의무에서도 만 18세를 규정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선거권인 투표자격은 만 19세로 적용시키고 있다.

탄핵정국으로 화제에서 밀렸던 18세 투표참여연령에 관한 논의가 5월 9일 장미대선을 앞두고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선거권 연령 하향을 놓고 정치권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자유한국당만 반대를 표명하고 있는 상태다. 나머지 정당들은 만 18세 하향에 적극적이며 대체로 긍정적이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의 기치를 당론으로 수구를 지향하는 세력이다. 요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면서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선거연령이 낮아지면 보수정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계산이다. 따라서 정치권의 18세 하향 합의는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학계 일각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에 관해 촛불집회 이전과 이후를 나눠 설명하기 시작했다. 집회를 통해 선거문화를 개선해 나가며 민주주의의 꽃인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힘을 증명했고 언론을 통한 표현의 힘도 여실이 보여 준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맥락으로 청소년과 사회단체들의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요구도 한층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두드러진 점은 참가자중 10대가 15%나 차지했다. 이들은 ‘18세 미만의 선거운동 참여가 불법’이라는 현 공직선거법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청소년들 중심으로 전국적인 저항의 움직임마저 조심스럽게 감지되고 있다.

선거연령 하향에 관한 논의와 함께 시민들 사이에선 선거운동의 과도한 규제완화 주장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이는 민주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리 행사인 투표가 당위개념을 넘어 선거의 승패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지구촌 232개 국가 중 215개국이 16~18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부여하고 있다. 만19세의 선거권을 실시하는 나라는 대한민국과 폴란드뿐이다. 또한 선진국이라 일컫는 35개국 OECD 회원국들 가운데 우리나라만 선거권 연령이 만 19세다. 대부분의 나라가 만 18세에 투표권을 행사하게 한다. 심지어 아르헨티나, 브라질, 에콰도르, 쿠바, 오스트리아 등은 만 16세로 우리나라 고등학교 1학년 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줄기차게 만 19세의 선거권을 고수하고 있는 현실이다. 선거연령 하향에 대한 문제가 논의됐을 2013년 당시 만 19세 미만의 국민은 정체성 확립이 미숙하며 물질이나 정신적인 측면에서 교사나 학부모의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당시 공직선거법에 대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한민국은 미성년자란 이름으로 만 18세를 현 민법상 ‘독자적으로 유효한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자’로 규정짓고 있다.

지난 1월 11일 만18세 선거권 연령 인하 등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반대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이하 안행위) 전체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그만큼 정권 창출의 지대한 변수로 당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사회일각에서 18세 선거권을 보장하라는 요구와 열기가 점점 드세어지고 있다. 관련 집회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18세 선거권 보장 위한 국민대회’가 열렸다.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 등 이곳에 참석한 시민단체와 청소년을 포함한 각계 참석자들이 참정권 확대를 위한 18세 선거권 보장을 촉구했다.

야당의원들은 선거권 18세 연령인하가 시대적 추세에 한 목소리를 냈다. 안행위 야당 간사는 “18세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에 대해 선거 룰로 다룰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하며 룰이라고 적용하면 유·불리란 논리에 함몰될 수도 있다”며 즉각적인 법안 상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안행위 구여당 간사는 당위성 문제를 떠나 “18세로 하향하는 것에 대해 선거 연령이나 시간 등 민감한 문제는 모든 정당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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