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이상된 노후건물 전국에 36%나 '지진 취약'

▲ 지진이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16일 오후 포항 북구에 위치한 한 다세대주택의 지진피해 모습. 사진=연합뉴스

 

기둥 떠받쳐 건축 '필로티구조'
다세대주택 적용많아 위험성↑

내진설계 확대 대책촉구 이어

포항지진으로 전국에서 온 국민이 들썩였다. 경북 포항시 북구 북쪽 6㎞ 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의 체감 위력은 매우 강했다. 건물 외벽 벽돌이 무너져 내려 주민들이 서둘러 대피했고 철근은 엿가락처럼 휘어 바깥으로 앙상한 모습을 드러냈다. 지진이 일어난 현장에는 잔해가 널브러져 있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주지진이 발생한 지 1년 2개월 만에 강진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우리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공포와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 일간투데이는 국내 내진설계 현황과 실태를 파악해 문제점을 돌아보고 해외사례와 전문가들의 조언을 총 3회에 걸쳐 대안을 제시한다.<편집자주>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지난해 경주지진에 이어 포항에서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제 지진은 이웃 나라 일본에서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포항 시내의 다세대주택과 아파트는 물론 공공시설인 학교 등 수많은 건물이 큰 피해를 보면서 무방비에 그대로 노출됐다.

이번 참사는 지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내진설계를 건축물에 확대해야 한다는 하나의 과제를 안겨줬다. 문제는 연차적으로 내진보강을 하고 있지만 아직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는 점이다. 노후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계속 불안에 떨면서 살아야 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큰 지진을 대비하기 위해선 내진설계 적용 건축물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지진 취약한 노후 건축물 '수두룩'

19일 국토교통부의 건축물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건축물 705만4733동 중 준공 후 3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은 254만3217동으로 전체의 36%를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 건축물은 수도권이 25.4%, 지방은 40.1%로 지방의 건축물이 더 노후화됐다.

지난 1988년 6층 이상의 건축물에 대해 내진설계를 의무화한 점을 고려할 때 그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지진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더구나 신축 다가구·다세대 주택에 널리 적용하고 있는 '필로티' 구조 역시 이번 지진 때 필로티 건물들의 기둥이 무너지면서 주거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필로티란 1층 공간을 확보해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건축물을 기둥으로 받치는 구조를 말한다.

최근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 형태로 주거 공급시 주차장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건설업계에서 공간확보가 쉽고 건설 비용이 저렴한 필로티 구조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택 몸집에 비교해 얇은 다리로 균형을 유지하는 구조인 만큼 지진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를 도입한 주택이 무려 10채 중 9채에 달한다는 점이다.

지난 16일 국민의당 윤영일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도시형 생활주택 안전실태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 1만3933단지 중 1만2321단지(88.4%)가 지진에 약한 필로티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문제는 비단 주택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포항지진으로 한동대에서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삽시간에 퍼졌다. 지난해 경주지진으로 학교 건물 안전에 대한 지적이 컸지만, 내진설계가 적용된 학교 건물 비율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17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전국 학교시설 내진 적용 현황을 보면 2015년 12월 31일 기준 전국 유·초·중·고교 건물 가운데 내진성능을 갖춘 건물은 7553개였다. 내진성능이 필요한 건물 3만1797개 가운데 23.8% 수준이다. 하지만 1년 뒤인 2016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봐도 내진성능을 확보한 건물은 7천738개(24.3%)로 185개, 0.5%포인트(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내진설계 적용률이 지난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지난 12일 국회 국토위 소속 박찬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내 전체 건축물 중 내진설계가 제대로 갖춰진 건축물은 7.9%인 56만동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공동주택 내진설계 확보비율은 46.6%, 의료시설은 43.3%로 비교적 높지만 단독주택은 4.4%로 가장 낮았다. 학교시설은 17.1%, 공공 업무시설 7.1%, 노유자시설도 13.1%로 지진위험에 크게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 문제는 재원…내년 SOC 예산도 줄어

국토부는 지난 2월 재난 및 재해에 대한 건축물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건축물 내진설계 의무대상을 확대하고 기존 건축물의 내진보강시 인센티브 부여 등을 제도화했다.

민간이 기존 건축물을 내진 보강하는 경우에는 건폐율과 용적률, 높이 등의 건축기준을 완화해주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공사 비용보다 혜택이 작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재원을 확대해 내진설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최기선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주지진 이후 학교 등 공공시설 위주로 내진설계를 도입하고 있지만 민간건축물로 확대하기엔 재원확보가 쉽지 않은 현실"이라며 "정부가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할 수 있도록 좀 더 구체적인 세제지원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 연구위원은 "과거에 지어진 건축물, 특히 1988년 이전 건축물은 내진설계가 적용돼 있지 않아 이에 해당하는 건물부터 내진설계 적용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그에 따른 보강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점점 노후화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역시 지진으로부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 대한건설협회에 의하면 지난해 30년 이상 된 SOC는 2774개로 전체의 10.3% 수준이지만 10년 후인 2026년에는 25.8%로 급증하게 된다.

잇따른 지진 여파로 노후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을 확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삭감된 SOC 예산을 재검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부가 편성한 SOC 예산은 지난해보다 4조3천억원 축소한 14조7000억원이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본질은 재원 문제에 있다"며 "재원 확보가 우선돼야 하는데 되려 내년도 SOC 예산이 축소된 점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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