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산업2팀 권선미 기자

전문건설업계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수박 겉핧기 식'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로 단단히 뿔이났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표적인 하도급 불공정거래 문제분야인 건설업계를 제외하고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하도급 불공정성이 매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2009년 제조용역업종 하도급 서면실태조사에서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이 경영난에도 불구하고 대금지급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하도급법 위번혐의 업체 비율이 감소하는 등 하도급거래질서가 개선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1999년부터 하도급거래 상시감시체계로 서면실태조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 법준수 의식이 확산되면서 이같은 성과를 이뤘다고 자평하는 등 자신들의 업적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는 대표적인 하도급 불공정문제로 지목되는 건설업계를 제외한 것으로 드러나 신뢰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정위가 건설업계를 제외하고 조사를 진행한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건설업계에서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업계는 영원한 갑을 관계로  불공정 거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면서 조사제외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공정위의 이같은 하도급 조사결과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자료의 신뢰성에 흠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할 경우 현실에 맞지 않는 '탁상행정'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은 "하도급거래에서 불공정문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설업을 제외한 것 자체가 조사의 신뢰성을 잃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문건설협회에서 공정위와 같은 주제로 실시한 '올해 3분기 건설 하도급거래 공정성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종합점수는 64.0점으로 그다지 높지 않았다.

더욱이 건설 하도급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결제수단인 '공사대금 수령형태 중 현금성과 어음결제비율'과 '하도급대금 수령어음 만기일' 등을 공정위 자료와 전문건설협회 자체 조사결과, 국토해양부 조사결과가 서로 큰 차이를 보였다.

즉 공정거래위원회의 서면조사는 건설 등 하도급 불공정거래가 일어날 소지가 가장 큰 분야에서 이같은 불공정성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실태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장 아픈 곳을 외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작성하는 건설업체는 전체의 70%였고 극히 일부지만 계약서 없이 '구두'로만 공사를 계약하는 경우도 여전히 존재했다. 또 건설 하도급 거래 이후 비용지급 등의 문제로 소송으로 이어지거나 공정위에 시정조치를 받는 사례 역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실태조사는 큰 정책을 수행하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로 활용되는 중요한 데이터 중 하나로 공정위의 '하도급실태조사' 역시 향후 공정위의 하도급 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초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자료를 토대로 계획된 정책은 '탁상행정'일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활용도가 높은 정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회피하기 보다는 현실 반영을 통해 활용도가 높은 정책을 만들어내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중소기업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추구하는 완전한 시장경쟁을 위한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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