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114 김규정 부동산콘텐츠팀장

지난 26일부터 1차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의 일반1순위 접수가 시작됐다. 강남지구 2곳은 첫째날 1200만원이상 장기가입자 접수에서 일찌감치 마감됐지만 미사, 원흥지구는 800만원이상 납입자를 대상으로 한 둘째날 접수에서도 1277가구가 미달돼 뜨거운 관심을 무색하게 했다.

2차지구 계획이 발표되면서 수요가 분산됐고 당첨 안정권도 초기 예상보다 낮아졌다. 일반 순위별 접수가 30일까지 진행되는데 일부 블록은 혹여 미달사태도 우려돼 일각에서는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 달랐다" 라는 평가도 나왔다.

첫 보금자리주택 사전접수 이후 남은 것은 무엇이고 향후 어떤 점을 개선해 나가야 할까.

◇뜨거운 관심에 비해 평균경쟁률 그다지 높지 않아
서울 강남지구 2곳을 비롯한 수도권 근교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된 1차 보금자리주택 시범지구는 주변시세보다 50~30% 가까이 저렴한 분양가로 이른바 "반값아파트"로 불리며 높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하지만 사전접수 결과 청약경쟁률은 예상보다 그리 높지 않았다. 청약자격이 까다롭기는 했지만 기관추천 특별공급과 우선공급 물량 일부가 미달됐고 일반1순위도 강남세곡지구가 평균경쟁률 3.2대 1, 서초우면지구는 2.4대 1 정도였다. 고양원흥과 하남미사는 둘째날 접수까지도 각각 243가구, 1034가구가 남았다.

그나마 신혼부부와 생애최초는 각각 19.8대 1, 6.0대 1의 평균경쟁률로 상대적으로 청약관심이 높았다.
2차 보금자리주택지구가 발표되면서 입지가 우수한 곳 위주로 사전접수를 했고 길어진 전매제한, 불확실한 사업계획 등이 걸림돌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장기 무주택 세대주들에게는 이번 보금자리 분양가격도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저가 임대아파트 등 기존의 공공주택 공급이 보금자리주택으로 재정비되면서 오히려 서민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여기서 나온다.

한편으로는 많지 않은 공급량이나 까다로운 자격 요건 등을 따져볼 때 보금자리주택이 주택시장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양 과잉 열기를 띠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청약저축통장을 가진 소형 주택수요에 한정되는 상품이라며 소위 "그들만의리그" 라는 우스개소리도 들렸다. 수요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언론 보도량에 비해 수요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 강남권을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투자성이나 인프라가 미약하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서민 실수요 위한 보금자리주택도 청약 양극화 우려
가장 큰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보금자리주택에서도 입지에 따른 청약 양극화가 재현됐다는 점이다. 수도권 보금자리지구가 초반 미달된 것은 공급량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강남지구보다 투자성이 적다는 이유로 수요자들이 예상보다 덜 몰린 까닭이다. 이 같은 양극화는 2차 보금자리지구에서도 나타날 전망이다.

문제는 양질의 다양한 분양, 임대 주택을 다양한 서민 수요층에게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보금자리주택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점이다. 고수익이 예상되는 일부 공공분양물량에 이목이 쏠리면서 단순히 저가 수익형 투자상품 정도로 치부될 수 있다. 주택 수요자들의 인식 전환뿐만 아니라 공급주체의 전략적 환기가 필요해 보인다.

그 밖에 신혼부부, 생애최초 등 단기 가입자도 당첨을 기대해 볼 수 있는 특별공급분이 인기를 끌면서 일반순위 장기 보유자와의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각각 6개월, 2년만 경과하면 청약통장 요건을 갖출 수 있어 종합저축통장으로 갈아타려는 수요 움직임도 나타났다.

보금자리주택 공급제도 전반의 복잡함이나 수요자들의 이해가 불충분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공급주체에서 마련한 콜센터에는 전화가 폭주해 하루종일 연결이 안 될 지경이었고 초반 현장접수 등에서도 장소, 인력과 정보 부족 등이 불편을 초래했다.

◇보금자리 남은 과제는?
보금자리주택 사전접수에서도 입지 차이, 투자가치에 따라 好不好가 갈리면서 앞으로 양극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가 시급한 개선점으로 남았다. 2차, 3차 등 다음 보금자리주택지구로 갈수록 도심과의 거리, 주거 인프라 수준이 열악해질 가능성이 높아 비선호 지역의 보금자리지구는 미달 우려도 커졌다. 강남권 등 일부 지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구가 수요층의 외면을 당한다면 보금자리주택 사업 자체의 성패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수도권 녹지 감소와 도심 과밀화 문제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기존 문화, 상업, 교통 등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도시 근교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우선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차 보금자리주택지구가 인접하여 지정, 발표된 강남권의 경우 교통량 증가 등 인프라 공유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청약쏠림 해결방안과 함께 지구 균형 지정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바다.

시범지구 사전접수 후 당면 과제 중 하나는 토지보상 등 후속작업의 절차와 일정 등이 얼마나 잘 진행되느냐 하는 것이다. 계획대로 사업 진척이 되지 않을 경우 보금자리주택 사업 자체에 불신이 커질 수 있다. 1차 시범지구 사전 접수가 완료되고 난 후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점들을 예측해 풀어 나가는 것이 보금자리주택사업의 성공과 신뢰 구축의 관건이라 하겠다.

또한 다음 사업 예정지와 예상지역에 대한 투기성 가수요 차단 문제도 중요하다. 지정된 지구에 비해 투기를 위한 불법행동을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분양가 인상 요인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 적절한 규제와 관리를 미리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1차 사전접수 과정에서 나타난 복잡한 절차상의 문제들도 미리 해결해야 하고 이번 접수결과를 토대로 청약 자격별, 유형별 주택공급량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특별공급 관련 제도는 이미 개선 방침이 언급된 상태다.

전국의 주요 국민임대단지도 보금자리지구로 변경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임대단지를 단순히 보금자리지구로 변경만 한다고 해서 수요 선호도나 주거 환경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할 일은 더 많아졌다. 오히려 일반 임대나 장기 임대분량이 줄어드는 데 그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 섞인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018년까지 전국에 서민주택을 공급하게 될 보금자리주택사업은 이제 1차 시범지구의 공공분양분 접수일정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시사점과 개선점을 남기고 있다. 이를 얼마나 잘 개선해 나가느냐에 따라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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