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김광섭

▲ 김광섭 시인.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고
구름이 지나가도 그림자 지는 곳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이리하여 이 물가 외로운 밤이면
별은 고요히 물 위에 뜨고
숲은 말없이 물결을 재우느니

행여, 백조가 오는 날
이 물가 어지러울까
나는 밤마다 꿈을 덮노라.


​■출처 : 시선집'겨울날', 창작과비평사(1975).

▲시경의 서문을 쓴 주희는 사람의 천성적인 성품은 고요한데, 이 성품이 사물에 감응되면 본성의 욕망이 발동된다고 하면서, "시란 사람의 마음이 사물에 감동되어 언어의 여운이 자연스럽게 형용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 시의 첫 행에서 시인은 "나의 마음은 고요한 물결"이라고 함으로써 그 고요한 본성과 느끼고 움직이기 쉬운 특성을 나타내었다. 이는 사물 사이의 유사성을 찾아내는 높은 안식(眼識)에서 비롯한 것으로 시인은 은유를 통해 그것을 표현한다. 은유란 사물의 모양이나 상태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것과 유사한 것을 끌어들이는 방법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보다 구체적으로 그것을 이해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이해의 과정을 통해 깨닫고 고침 받을 수 있는 여지를 준다. 그래서 성경에서 예수는 "비유가 아니면 아무것도 말씀하지 않으셨다"(마13:34)고 했고, 주희는 "다스리는 자(聖人)는 이 시를 보고 반드시 생각하고 스스로 반성하는 것이며, 이 가려낸 시로 권장하고 징계하는 데 쓰는 것으로 교육이 되는 것"이라고 하였다. 시인의 마음에 '돌을 던지는 사람' '고기를 낚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누구일까? 시인이 외로움 가운데 마음을 다스려 기다리는 '백조'는 무엇일까? 그 도래를 위해 "밤마다 꿈을 덮"으며 기원하는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으로 내 마음을 다스려본다.

■김광섭(金珖燮, 호 이산(怡山))

△1905년 함북 경성 출생, 1977년 영면.
△1927년 와세다대학 내 조선인 동창회지 '알'에 '모기장' 발표, 1935년 '시원'에 '고독' '고뇌' 등 발표로 등단.
△중동학교, 와세다대학 영문과 졸업.
△중동학교 교사, 민중일보 편집국장, 미군정청 공무국장, 이승만 대통령의 초대 공보비서관, 대한신문 사장, 경희대 교수,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중앙위원, 한국자유문학자협회 회장, 세계일보 사장 등 역임.
△'극예술연구회' 가입, 이헌구와 함께 '해외문학파'로 불리움, 문예지'문학' '자유문학'발행,
△제7회 서울시문화상, 1970년 국민훈장 모란장, 대한민국문화예술상 수상.
△시집 :'동경(憧憬)' '마음' '해바라기' '성북동 비둘기' '반응''김광섭 시 전집''겨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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