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것이 왔다” 재건축 포기 단지 늘어
지나친 규제보단 “숨통 틔어줘야”

[일간투데이 최형호 기자] 각종 규제로 한동안 잠잠했던 서울 재건축·재개발 단지 집값이 다시 상승하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또 다시 꺼내들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당장이야 효과가 나겠지만 시간 지나면 금세 가격이 회복될 것이라는 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오히려 지나친 시장 규제보단, 숨통을 틔어줘야 선순환 경제구조로 인해 시장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사진 = 연합뉴스)


12일 국토교통부는 민간택지 내 공동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를 이르면 10월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에 따른 조치로, 국토부는 이번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서울 아파트 값이 진정될 것이라 전망했다.

실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11월 2주부터 32주간 하락했으나, 6월 4주 보합 후 7월 1주부터 34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이에 국토부는 전매제한 기한을 최대 10년으로 늘리고, 공공택지에만 적용되던 거주의무기간을 최장 5년 부여하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을 통해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겠다는 것인데, 시장 전문가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이번 분양가상한제 적용과 관련해 '섣부른 판단'이라고 말한다.

이번 조치로 재건축 단지 급매물은 늘고 이미 재건축이 끝난 지역의 아파트 값은 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서울 주택 매매 거래 실종을 더 부추겨 매물이 자취를 감출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실제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이 알려진 이후 한강변의 광진구와 성동구, 마포구 등 신축아파트는 강세를 보여 왔지만, 분양가 상한제 시행 가시화 이후인 8월 1∼10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109건으로 전월 같은 기간 884.8건 보다 감소됐다.

재건축 단지 조합원들은 하나같이 울상이다. “올 것이 왔다”며 재건축을 포기하는 단지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가 민간 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을 현행 ‘관리계획 처분인가’에서 ‘최초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단지’로 정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서울 모든 재건축 단지가 해당되는 셈이다.

또한 전매 제한 기간도 최대 10년을 적용, 당장 재건축을 추진해도 2030년 이후에나 매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재건축을 포기하는 단지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두고 단기간의 안정화 효과는 보겠지만 장기적인 시장 ‘억제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서울의 한 부동산 전경. (사진=김현수 기자).



권순원 CRM부동산연구소 소장은 “분양가 상한제로 서울 아파트 값이 진정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당분간 재건축 단지 거래가 끊기고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돼 호가는 수그러들겠지만 서울의 수요자들은 언제가 대기해 있어 잠잠해지면 가격은 금세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가 내려가다 보면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로 공급될 가능성도 있어 수요자 입장에선 어떻게 보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건설사들은 통상적으로 분양 비수기라 불리는 8월에 아파트 공급량을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건설사들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인해 전매제한이 길어져 단기간에 청약자 수를 늘리기 위해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주변 시세 보다 낮은 분양가가 산정되면 집값 상승은 불가피한데, 단기 차익을 노리는 수요자 입장에선 호재에 가까운 셈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전매제한 길어지게 되니 건설사 입장에선 청약자 수를 늘리기 위해 단기 투자자들을 끌어들여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8월 물량이 많은 것도 이런 영향을 받은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서울 집값이 잡히긴 하겠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며 “사실 강남 지역도 내내 집값 내림 현상이 이어지다 강남역 환승센터 개발로 인해 인근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듯, (분양가 상한제) 적용 받는 지역에 개발이 이뤄지면 집값은 금방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인해 투기과열지구 중심으로 분양시장 쏠림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전매제한 강화와 의무거주기간 도입 등으로 일명 묻지마 청약보다 무주택자의 실거주 수요 중심으로 청약시장 재편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 시행은 일반분양 수입 감소에 따른 사업 수익 하락을 의미하므로 서울, 과천 등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과 재개발에 대한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 약세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단기적으로 신축아파트나 일반 아파트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으나 거래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며 “기존 아파트를 굳이 사지 않고 저렴한 분양가의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관망수요가 증가해 거래는 뚝 끊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영 R&C 연구소장은 “단기적으로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분양가 통제로 인해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는 만큼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중심으로 가격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 분석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재건축 허용연한 강화 등 이미 재건축 사업 진행을 위축시킨 가운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까지 시행함으로써 재건축 사업 추진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서울의 공급은 재개발과 재건축이 유일한데 잇따른 강한 재건축 규제는 서울의 공급의 문이 차단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양 소장은 “지나친 규제복단 아파트가격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아파트 가격 상승은 매물 부족에 따른 것으로 보유세와 다주택자 양도세중과 등 막힌 퇴로로 인해 매물품귀현상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한 부담을 줄여서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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