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실물경제 타격이 증권시장 이전

▲ 9일 4% 이상의 폭락을 기록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현황판(제공=한국거래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이 연이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당초 예상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실물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주식시장을 덮치고 있다. 주식시장의 브레이크 없는 급전직하에 따라 올 한해 증권업도 어두운 터널을 지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노무라증권이 한국 경제성장률을 최악의 경우 0.2%까지 낮춰 잡자 코로나발 경제침체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월까지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였던 증권시장은 이후 사모펀드발 시장 신뢰위기가 대두되고 코로나19 사태로 경제가 마비되는 현상이 나타나자 주가가 곤두박질하며 한해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노무라증권은 보고서에서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의 근거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2%~1.4%에 이를 것으로 보고 코로나19 사태가 상반기 종료가 어렵다면 0.2% 성장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최근 보고서에 앞서 3주전 전망에서 0.5~1.8%로 제시한 수치를 한달도 안돼 수정한 것이다.

이에 앞선 5일 S&P도 전월 19일 2.1%에서 1.6%로 낮춘데 이어 역시 2주 만에 1.1%로 재수정 했다.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외활동 자제가 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지고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글로벌IB인 모건스탠리가 현재 제시중인 한국 성장률 하한은 0.4%다.

한국 경제에 대한 외부 시각은 한해 분위기를 좌우하는 연초 증권업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신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지난 6일 “심상치 않다”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증권사들의 영업 패턴이 매해 ‘상고하저’를 반복하는 가운데 1,2월 주식시장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거래대금이 증가하며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박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월 한달 거래대금은 17.9조원으로 지난 2018년 5월 31일 20.4조원을 기록한 후 21개월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등락을 거듭하는 사이 과거 지수하락에서 반등하며 수익을 챙겼던 개인들의 학습효과로 매수세가 유입된 것이 이유로 보인다.

한편 이번 금리 동결에 이어 추가적인 인하 압력이 있는 만큼 채권평가익에서도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WM과 트레이딩부서의 주요 수익원인 ELS도 1,2월 발행 및 조기상환 잔고가 각각 13.9조원과 12조원으로 10조원을 상회해 안정적인 상황이었다.

박연구원이 바라보는 올 한해 분위기의 변곡점은 3월이다. 추가적인 금리 하락 여력이 많지 않고, ELS 또한 지수변동성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운용비용이 발생해 채권에서 번 이익으로 ELS운용 비용을 상쇄해야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IB영역에서도 발생한다.

가뜩이나 지난 연말 부동산PF 등에 대한 리스크관리 강화를 주문하는 감독당국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전처럼 적극적인 영업에 제한이 있다. 그런 가운데 올해 장을 좋게 보고 IPO에 나서려던 기업들이 주춤대고 있는 상황도 부담스럽다. 이미 연초 IPO를 앞두고 IR행사를 잡아놨던 기업들이 줄줄이 행사를 취소하는 상황이다.

이제 막을 올리는 사모펀드발 악재로 인한 소송전은 지수 폭락으로 심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더욱 흔드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지수의 동조화도 예전과 같지 않아 간밤 미국시장이 오늘 코스피를 예측하는 시금석이 되지도 못한다.

전일 미국시장이 1% 내외의 낙폭을 보였던 것과 달리 9일 한국 주식시장은 4%가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4.19% 폭락한 1954.77을, 코스닥이 4.38% 급락한 614.60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8월 29일 코스피가 1933.41을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3121억원, 407억원을 순매도한 가운데 이 물량을 개인이 1조2744억원 순매수하며 받아냈다. 코스닥에서도 외국인이 1392억원, 기관이 599억원 순매도한 가운데 개인이 2155억원을 거둬들였다.

한 증권사 WM본부장은 “지수가 대폭 하락하는 시기에 스마트한 개인들이 학습 효과에 따라 저가매수에 나서는 국면이 반복되고 있다”며 “다만 개인들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감내할 수 없는 공포 국면에 접어들면 투매가 나올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며 낙폭 과대 우량주에 대한 선별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이날 가치투자로 유명한 에셋플러스 강방천 회장도 10년만에 펀드투자자들에게 서신을 띄워 “가격으로 보면 공포지만 가치로 보면 희망이 된다”며 “긍정의 힘을 믿고 고객들이 인내심 있는 투자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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