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저가매수 접근 신중해야

▲ 코스닥과 코스피 동반 폭락을 기록한 13일의 금요일 증시지표(제공=한국거래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전일 뉴욕증시가 10% 폭락하고 유럽증시는 역사상 처음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하며 ‘블랙프라이데이’를 예고했던 한국증시가 13일 공포에 휩싸이며 주저앉았다. 제도도입 이후 최초로 코스피 서킷브레이커와 코스닥 사이드카가 동시에 발동되며 시장 충격 완화 시스템을 가동했지만 제자리로 돌려놓기엔 역부족이었다.

13일 한국증시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한때 코스피 1684.67(-8.16%), 코스닥 487.07(-13.56%)까지 하락하며 투매에 가까운 패닉현상을 보였으나 오후 들어 낙폭을 일부 줄이며 코스피 1771.44(-3.43%), 코스닥 524.00(-7.01%)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이날도 외국인들은 1조2377억원 팔자에 나서며 하락을 주도한 반면 개인과 기관이 매수세에 나서며 하락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특히 개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2월17일부터 3월 13일까지 20거래일 중 3월 4일 하루를 제외하곤 19일동안 순매수에 나서면서 낙폭이 큰 우량주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동기간 외국인은 20 거래일 중 17일간 매도에 나서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막연히 낙폭이 크다는 이유로 적극적 매수에 나서는 개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경고에 나선 SK증권이다.

13일 이 회사 안영진, 이효석, 한대훈 연구원은 공동보고서를 통해 “일반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주가는 -50% 수준까지 급락한다”며 “올해 코스피 최고점이 2267이었는데 이를 적용하면 약 1100 수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이미 유동성이 많이 풀린 상황에서 향후 금융위기를 극복할 뚜렷한 정책이 제시되지 않으면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는 2007년 10월 29일 2085.45를 기록한 후 2008년 10월 27일 892.16을 기록할 때까지 정확히 1년 사이에 57.2% 하락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연구원들은 “코로나19가 시장에 주는 영향은 공급망에 대한 우려에서 총수요에 대한 우려로 확산하고 있다”며 “OPEC+(석유수축국기구와 러시아 등 산유국)의 감산 실패는 유가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해당 기업의 신용리스크로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에서 주식시황을 분석하는 하인환 연구원은 13일 ‘미국증시 폭락의 과거 사례’를 시계열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하연구원은 “전일 미국 증시가 약 -10% 급락했고, 현재 고점 대비 -27% 전후의 낙폭 기록 중”이라며 일주일 간 수익률은 -18%로 유사한 낙폭을 기록한 과거 사례를 점검해 요약 정리했다.

그가 정의하는 유사한 낙폭 사례란 S&P500 기준 1일 수익률 -8% 이상과 1주 수익률 -15% 이상 폭락 사례로 1929년(2번), 1931년, 1932년, 1933년, 1937년, 1987년까지 총 7번 있었다. 7번 중 6번이 1929~1937년 사이의 대공황 시기에 일어났고, 그나마 최근 사례가 지난 1987년 블랙먼데이 때였다.

블랙먼데이란 1987년 10월 9일 월요일에 뉴욕시장이 하루만에 508포인트(-22.6%) 폭락한 날을 말한다. 사후적으로 규명된 당시 폭락의 사유는 주가 폭락을 대비해 위험회피(헤지) 용으로 마련해둔 파생상품 매매가 오히려 주식 현물시장에 영향을 미쳐 폭락을 키운 것으로 드러난 사건을 말한다.

하인환 연구원 역시 “지금의 상황은 최악의 경우 대공황과 같은 사례까지 대비해야한다”며 “주가 급락으로 인해 가격이 싼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저가매수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공황 사례에서 “통화정책의 증시 방어 효력은 제한적이며 대규모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전일 유럽과 미국 증시가 폭락한 원인을 크게 두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첫째 코로나19 사태와 이번 폭락과의 상관성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발 미국으로의 모든 여행 중단을 선언한 것을 든다.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트위터에서 화물까지 오는 것을 막지는 않겠다고 정정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CNN에서 이미 펜더믹(전세계적 유행)을 선언한 상황에서 전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를 공식화한 것이 선언적인 의미만 있는 줄 알았던 일반인들이 지도자의 언행 하나하나에 민감도를 높이는 상황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동결과 대규모 재정정책 발표 부재가 꼽힌다.

전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ECB는 금리인하 대신 순자산매입규모 확대(약 162조 7500억원 규모)와 유럽은행들에 대한 저금리 대출인 LTRO(장기대출프로그램) 도입을 천명했다. 시장에 돈을 풀어 유동성을 높이겠다는 뜻이다.

금리인하를 통한 통화정책 보다는 재정정책이 더 효과적인 판단으로 보고 있지만 그 규모가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인 걸로 투자자들이 받아들인 결과가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전일 유로스톡스50(EURO STOXX50)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두자리수인 12.24% 하락으로 마감했다.

강남지역에 근무하는 한 대형 증권사 PB는 “손을 쓸 겨를도 없이 폭락하는 도중에도 고객들이 지금 저가매수 들어가는데 맞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면서 “시장 전체로 접근하기 보다는 비이성적으로 낙폭 과대 우량주에 선별적으로 접근하되 지금이 바닥이 아닐 수 있으니 분할매수 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13일 장마감 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향후 6개월간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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