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하락 여지 낮아 투자검토 필요" 주장도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석유 정제시설 모습(제공=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코로나19사태로 글로벌 증시가 연일 폭락을 이어가는 가운데 폭락 이전 공모했던 ELS와 DLS 상품 투자자들도 비상이 걸렸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글로벌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원유가격이 폭락하면서 이들을 기초자산으로 상품을 구성한 ELS와 DLS 등 파생결합상품들이 손실구간에 진입할 가능성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일 글로벌 주요 유가는 20% 중반대의 폭락을 보여 주식시장 급락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이날 한때 30%대의 폭락을 보이다 낙폭을 줄이며 24.6%하락으로 장을 마감했고, 브렌트유도 24.10%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다. 이번 급락은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약 30년 만의 하락폭이다.

이번 유가 폭락의 이유는 러시아의 돌발행동에 따른 OPEC+의 추가감산 합의 결렬과 사우디의 유가하락 정책에 따른 치킨게임 때문으로 요약된다.

하이투자증권 정유화학 담당 원민석 연구원은 10일 ‘사우디의 치킨게임과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OPEC이 지난 5일 개최된 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참여를 조건으로 추가 감산을 논의했으나 러시아의 반대에 따라 이달 말 감산이 종료되게 됐다”며 “사우디가 공식판매가(OSP, Official Selling Price)를 대폭 낮추고 생산량은 늘리는 선택을 함으로써 전 거래일인 6일 10%대, 9일 30%에 육박하는 하락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러한 기조가 새로운 국면을 통해 V자 반등을 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연구원은 이번 급락이 경기회복을 통해 빠르게 회복했던 지난 2015~2016년 국제유가 급락과는 달리 반등의 요소(모멘텀)를 찾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다만,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유가는 지난 20 년간의 최저점에 도달해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압력은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지난 9일 기준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중 미상환 잔액이 약 1조원을 기록한 가운데, 기초자산의 가격이 원금 손실구간(녹인,Knock-In)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투자자와 상품공급자인 금융투자회사 모두 긴장하고 있다.

유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는 상품별로 구조는 상이하나 일반적으로 운용 시작가의 절반 밑으로 가지 않으면 손실이 나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작년 하반기 50~60달러를 기록한 국제 유가를 감안하면 25~30달러 밑으로 가지만 않으면 손실이 나지 않고 수익을 챙기는 구조였다.

상품가입 당시만 해도 이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으나 불과 2거래일 만에 40%에 육박하는 폭락이 일어나자 설마가 현실이 되지 않을까 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치게 됐다.

한편 글로벌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았던 ELS 상품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수형 ELS의 기초자산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주가지수는 코스피200, 홍콩H지수, 유로스톡스50, S&P500 등이다.

코스피200의 경우 전년 8월 6일 250.24를 기록한 이후 올해 1월 20일 307.54를 기록할때까지 지속 상승했고 그 뒤 하락을 지속해 3월 10일 종가 기준 264.67을 기록하고 있다. 상품 구조와 가입시기에 따라 투자자의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만약 1월 20일 전후로 가입해 현재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면 결코 여유를 부릴 상황은 아니다.

홍콩H지수의 경우도 전년 8월 15일 9731.89를 기록한 후 올해 1월 20일 1만1502.47을 기록할 때까지 지속 상승하다 10일 오후 3시 20분 현재 1만188.01을 기록중이다. 만약 가입한 ELS의 기초자산이 홍콩H지수이고 1월 20일 전후로 가입했으며 녹인베리어가 30%정도라면 현재 약 13% 하락한 상황이다. 50일만에 13%하락한 추세가 반등없이 이어진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S&P500지수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S&P500은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S&P가 만든 주가지수로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지수다. 지수 구성을 위해 포함되는 종목은 산업, 운수, 금융, 공공 등 시장을 대표하는 500개 종목으로 구성돼 시장 전체 흐름을 대변하는 주가지수다.

S&P500은 전월 19일 종가 3386.15까지 거침없이 오르다 불과 20일만인 9일 종가 2746.56까지 단기간 급락을 이어가고 있다. 3주가 채 되지 않는 동안 약 23% 하락이다.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에 지난달 가입한 투자자라면 발을 뻗고 자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강남권 지점에 근무하는 한 증권사 PB는 상품마다 각기 구조와 가입 시기가 달라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음을 전제한 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것이 아니고 셰일가스와의 치킨게임에 들어간 러시아 등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파생결합증권 투자자들의 투자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며 “다만 해당 기초자산의 추가적인 하락이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면 지금 공모중인 상품에 가입하는 것으로 기존에 가진 포지션 리스크를 헤지하는 방법도 고려해야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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