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투자자 현금공세 등 과도한 마케팅 우려

▲ 지난달 26일 출시 한달만에 100억을 돌파한 글로벌우량주랩의 인기를 알리는 NH투자증권 모델(제공=NH투자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10년 이상 거의 쉼없이 상승해온 미국 증시가 간밤에 또다시 5% 내외의 폭락을 기록하면서 미국시장이 상승랠리 종식을 고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주요 주가지수들이 지난 1년간의 상승분을 반납하는데 채 한달도 걸리지 않았다. 해외주식만이 정답이라며 모의투자시스템을 열어주고 계좌개설시 현금까지 꽂아주던 증권사들의 뒷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미국증시는 다우존스산업지수, 나스닥 종합지수, S&P500 등 3대 지수가 모두 5% 내외의 하락폭을 보이며 급락했다.

급락의 사유로는 전일 세계보건기구(WHO)가 그동안 미뤄왔던 ‘판데믹’ 선언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현 상황을 전세계적 유행(Pandemic)으로 인정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에 기인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또 이러한 선언 이후에 미국 정부가 보인 구체적인 부양책 제시가 없었던 것도 투자자들의 실망감을 더한 결과로 나타났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전일 알려지지 않은 위험(Unknown Risk)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미국 증시의 독주가 제동이 걸리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주요지수들은 글로벌 평균을 밑도는 성과를 기록중인데, 특히 글로벌 증시 강세를 이끌었던 MFAANG으로 대표되는 성장주의 약세가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약세가 코로나19 때문인지 장기 급등에 따른 부담 때문인지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많이 오른 기술주들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미국 증시가 아직은 강세장 조정의 범위 내지만 본격적인 약세장(Cyclical Bear Market)으로 반전되면 50% 내외의 조정도 가능하다”며 “3월 정례 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확실시 되므로 이후 시장 반응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성장성이 줄어든 국내보다 해외로 눈을 돌리라며 미국주식 마케팅에 열을 올렸던 증권사들이 머쓱하게 됐다. 대표적인 미국시장 지수인 S&P500이 지난 2009년 3월 2일 666.79를 기록한 이후 지난 11일 약 11년간 쉼없이 올라온 상황에서 아직 미국주식 투자의 경험이 없는 국내 투자자들이 이제 걸음마를 뗀 상황에서 상투를 잡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대표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거래 30%를 책임지고 있는 키움증권은 지난 10일 밤사이 미국 증시 폭락으로 접속자가 폭주하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주문내역조회 장애가 일어날 만큼 미국주식 거래가 활성화된 상태다. 이 회사는 해외주식거래 전용 MTS인 ‘영웅문S글로벌’을 따로 운영할 만큼 해외주식 거래가 활발하다. 해외주식 거래라고는 하나 미국과 중국시장 거래가 대부분이다.

키움증권은 아직은 익숙지 않은 해외주식거래 마케팅을 위해 고객대상 행사와 이벤트를 꾸준히 펼쳐왔다. 이달에도 미국과 중국주식 투자자를 위한 세미나를 오는 17일과 31일에 각각 진행한다. 지난달 11일에도 ‘미국주식 고성장주 공략방법’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그 밖에도 해외주식 투자자를 위한 수수료 할인, 환율우대 이벤트는 물론 심지어 신규 및 휴면고객이 미국주식을 처음 거래하면 40달러(USD)를 지급하는 이벤트까지 진행중이다. 상금을 걸로 해외주식 전용 실전투자대회까지 열어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주식 뿐 아니라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랩 투자자도 비상이 걸렸다.

NH투자증권은 지난 달 26일 임캐피탈파트너스와 손잡고 출시한 ‘NH글로벌 우량주랩’이 출시 한달만에 가입액 100억을 넘겼다고 밝혔다.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주식에 대한 기대감을 가진 고액자산가들이 짧은 시간내에 뭉칫돈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신규 출시 상품에 자금이 몰리자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들어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해외 우량주로 자산을 배분하려는 수요가 상당히 많다”며 “안정성 높은 미국과 성장성이 높은 중국의 우량주를 담은 포트폴리오에 관심을 지닌 투자자들이 꾸준히 문의해 오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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