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荒唐)하다는 말이 있다. 말이나 행동 따위가 참되지 않고 터무니없을 때 이런 표현을 쓴다. 요즘 국정감사가 한창이다. 제작에 참고하기위해 자료를 챙기다 보면 진짜 황당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상임위 소관 부처나 공공기관에 대해 요청한 자료를 분석한 내용들 중에 이런 경우가 자주 눈에 띈다. 특히 예산과 관련 공공기관들이 주인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그러는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최근 보도된 내용 중 도로교통공단 이사회에 관한 기사가 대표적이 아닌가 싶다. 공단 이사회가 예산을 멋대로 허비하며 자신들의 사리사욕만 챙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고희선 의원이 도로교통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이사회 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공단은 지난해 비상임이사들의 수당을 한 해 동안 3번 인상한 것도 모자라 올해부터는 또 다른 수당을 지급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의 지난해 정부경영성과 평가가 좋지 않아 직원들의 성과급은 6.7% 감액됐다. 그런데도 비상임이사들은 경영성과에는 아랑곳없이 자신들의 직책수행경비를 8~9%씩 두 차례 인상 했다. 또 이사회 참석수당을 50% 올리는 등 한 해 무려 3번의 수당을 인상시켰다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올 들어 '비상임이사회 참석수당' 지급 안건을 통과시켜 자기들의 잇속챙기기에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는 2010년부터 올 6월까지 2년 반 동안 33차례의 회의를 열어 비상임이사 6명에게 총 4억8690만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공단 이사회의 평균 회의시간은 78분으로 비상임이사들은 시간당 188만원의 수당을 지급받은 셈이다. 시급 4580원인 최저임금에 비하면 무려 4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사회가 경영개선과 업무효율 향상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경영혁신이 이뤄져 좋은 성적을 냈다면 문제가 다르다. 경우에 따라선 수고 많았다고 더 대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건 아니지 않는가? 경영성과가 형편없어 직원들은 되레 성과급이 줄어 울상인데 이사회는 자기들 잇속이나 챙기니 황당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고 의원이 지적한대로 공단은 비상임이사들에게 지급하는 수당을 삭감하고 이사회 참석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같이 황당한 예산낭비 사례는 비단 도로교통공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금액의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다른 공단, 공사 등 더 많은 기관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이 국정감사를 통해서 밝혀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기회에 기관운영에 큰 도움이 되기는커녕 되레 운영경비만 축내는 공공기관 이사회운영 쇄신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