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기자] 주말이면 결혼식장을 찾는 경우가 잦다. 청춘남녀의 아름다운 결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축하해야 될 발길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곤 한다. 문제는 돈이다. 축의금을 얼마나해야 하는 문제로 마음의 갈등을 겪는 경우가 자주 있다. 장례식장에 갈 때도 마찬가지다.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나만 그런가 싶어 친지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가볍게 물어본 적이 있다. 다들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참고할만한 의견이 제시됐다.

우리 국민 대부분이 경조사비로 5만원을 지출하고 적정한 금액도 5만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그것이다. KBS 1라디오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해 전국의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리서치를 실시한 결과 이런 대답이 나왔다고 한다.

조사결과는 경조사비로 지출하는 금액은 1회 5만원이란 의견이 50%로 가장 많았다.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금액도 5만원이라고 대답한 응답자가 68%였다.

액수를 정하는 기준은 응답자의 35%가 '친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주변사람들이 내는 금액과 비슷하게'가 21%, '내 경제사정에 따라서' 20%, '상대방에게 받은 액수에 맞춰서' 8%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조사가 한꺼번에 몰릴 때'(41%), '별로 친분이 없는데 청첩이나 부고를 받았을 때'(24%), '월급·생활비가 부족할 때'(22%), '업무나 친분상 많은 금액을 해야 할 경우'(9%), '때를 놓쳐서 결국 못했을 때'(4%)순으로 마음에 부담을 느낀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내는 이유로는 원활한 인간관계 유지- 축하나 위로 전달- 전통·관례에 따라- 새 출발을 돕는 부조의 의미- 업무상 필요해서라는 순서로 답이 나왔다. 조사내용을 보니 경조사 관련해서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 셈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사람마다 환경이나 살아 온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뭐라고 한마디로 얘기하기가 무척 난해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일 가야하는 결혼식에 축의금을 어찌해야하나 신경 쓰고 있는 게 사실이다. 상대가 가까운 친척이다 보니 보도내용대로 5만원을 한하면 낯 뜨겁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친척이면서 평소친분관계 등을 고려하면 물론 많이 할수록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머니사정을 고려치 않을 수가 없다. 이래저래 생각해도 결론이 안 나온다. 아무래도 집사람의 의견을 참조해서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얼마 전 친지에게서 들은 얘기를 덧붙인다. 호주에는 특별히 예식만 전담하는 예식장이나 웨딩홀이 없다고 한다. 야외나 교회, 소규모 회관, 또는 골프장 클럽하우스 같은 곳에서 예식을 치룬다. 참석자는 몇십명 많아도 100명 안팎이라는 것이다. 가족 친적 외에 꼭 와야 할 분만 초청하기 때문이라 했다. 예식이 끝나면 참석자들이 어울려 4~5시간 즐기는데 중도에 가는 분들이 거의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끔 보는 가족과 가까운 친지들만의 즐거운 혼인 축제라고 했다. 축의금은 부담 없이 알아서 낸다고 들었다. 서로 문화가 다르니 그럴 수 있으리라.

우리도 4~50년전 어릴 적 시골동네서 결혼식이 열릴 때는 마을전체가 잔치분위기였던 게 기억난다. 옛 분위기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경조사가 부담이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돈 걱정 안하고 형편대로 동참하는 경조사가 될 수는 없을까? 좋은 일엔 함께 기뻐하고 궂은 일엔 자리를 같이해서 마음으로 위로하는 분위기가 아쉬어 해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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