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기자] 경기가 안 좋다 보니 여파가 곳곳에 미치고 있다. 가계대출이 늘고 연체율이 높아졌다. 엥겔지수도 올라갔다. 이번엔 결혼과 이혼 건수가 줄었다고 한다. 경기불황의 여파가 사회 각 부문에 영향을 끼쳐 생활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국내 가계대출은 2002년 말 417조원에서 올해 2분기 868조원으로 1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대출금액은 크게 늘었지만 증가율은 전보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0.7-0.8%에서 올 들어 0.8-1.0%로 높아졌다. 서민들이 돈 쓸 곳은 많지만 이자부담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니면 자제한다는 의미다.

이번엔 생활실태를 보자. 한국은행의 국민계정 통계를 보면 상반기 가계의 명목 소비지출은 323조9000억원이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4.7%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중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품 지출은 6.3% 늘어난 44조였다.

가계 씀씀이가 늘면서 상반기 엥겔지수도 13.6%로 높아졌다. 이는 2000년 하반기 14% 이후 최고 수치다. 엥겔지수는 총 가계 지출액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낸다. 선진국일수록 낮고 후진국에 가까울수록 비율이 커진다. 엥겔지수가 높다는 것은 가계 형편의 악화를 뜻한다. 한마디로 먹고 살기가 그만큼 팍팍해졌다는 얘기다.

과거 개발시대인 1970~1980년대 가계의 엥겔지수는 30~40%를 넘나들었다. 생활이 좀 펴기 시작한 9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20% 아래로 낮아졌다. 그러다가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에 다시 오름세를 타다 2008년 상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연이어 치솟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인구동향을 보자.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전국에서 1만9000쌍이 결혼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11%인 2100건이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이혼도 9100건으로 900건이나 줄었다. 경기가 안 좋아 생활형편이 어렵다보니 웬만한 것은 뒤로 미룬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혼인 같은 대사도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전문가의 분석이다.

이사 등 이유로 주소지를 옮기는 인구이동도 역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자료에 따르면 10월 이동자수는 6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명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인구 100명당 이동자수를 나타내는 인구이동률도 1.28%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02%p 줄었다.

경기불황여파가 이같이 국민생활 각 부문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서민들의 생활을 바꾸어 버렸다. 생활이 위축되고 씀씀이가 줄어들면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위축된 국민의 마음을 추스려 활기를 찾는 길이 시급하다.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이 가장 신경 쓰고 시급하게 풀어야할 과제가 아니겠는가. 경기회복과 민생안정 두 마리 토끼 한꺼번에 잡는 묘안을 찾아야 할 때다.

18대 대통령선거를 불과 21일 앞두고 전국에서 열띤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 선거전에 임하는 후보들이 이 부분에 더욱 진지한 자세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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