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북 인사로부터 북한 수령이 애용한다는 담배를 피우도록 권유받고 잠시 고민했죠. 수령담배를 언제 피워보겠어요. 다시는 안 올 좋은 기회인데 한대쯤 어떠랴하는 생각이 슬며시 들었죠.

그래 입에 물고 불을 막 댕기려던 순간 본부테이블에서 다음순서를 알리는 멘트가 나오더군요. 그러자 아차 싶은 생각에 물었던 담배를 내려놓고 유혹을 떨쳐버렸죠. 금연 후 첫 위기를 잘 넘긴 셈이라 할까요.

이듬해 북측이 한미 팀스피리트 작전을 트집삼아 적십자회담이 무산돼 평양을 가진 못했지만 제 금연과정에서 좋은 교훈이 됐던 사건이라 할 수 있죠. 이후 지금까지 한개피도 입에 대지 않고 순탄하게 지켜오고 있습니다.

제 경험으론 피우는 개피 수 줄이는 것 보단 단칼에 끊어야 합니다. 개피 수 줄이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 더 피게 되죠. 주변에서 그런 분 많이 봤죠. 참고 또 참으면 길이 열리고 점차 생각에서 멀어져 갑니다. 피고 싶다는 유혹을 견디면서 꼭 헤아리는 겁니다. 내가 이 순간까지 마음고생이 엄청 심했는데 지금 무너지면 얼마나 허무한가? 이래선 절대 안된다고 마음을 굳게 다그쳐야 합니다.

한 대만 피면 어떠랴 하다간 그게 바로 사람 잡게 되죠. 고생고생 하며 버텨온 것 한꺼번에 무너지죠. 하나가 둘이 되고 한갑 두갑으로 이어지면 결국 주저앉게 되는 것은 정해진 코스라 봅니다. 그 과정에서 제 경우는 심한 가래를 엄청 품어냈죠.

금연한지 이틀 후부터 가래덩어리가 나오기 시작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색갈이 짙어지더군요. 한달 쯤 됐을 땐 쌔카만 덩어리가 며칠 계속 나오다가 멈추었죠. 전문가 얘기로는 그동안 기관지에 뭉쳐있던 가래덩어리가 조금씩 흘러 한달이상 나온거라 하더군요. 흡연으로 인해 불편하던 목이 한결 부드러워 진거죠.

담배 끊어 주변이 깨끗해지고 건강도 좋아졌죠. 해마다 2~3번 감기 때문에 병원엘 다녔는데 금연후 5년 정도 감기가 붙질 않더군요. 무엇보다도 집사람과 아이들이 좋아한 것도 덤으로 얻었지요.
다만 한 가지 금연 20년이 지난 현재도 고치지 못한 게 있죠. 와이셔츠 주머니에 담배와 라이터를 함께 넣어 다니던 포켓엔 지금도 수첩을 넣어 허전함을 잊고 있답니다. 이건 흡연과는 상관없는 습관이긴 하지만.....

제 나름대로 결론을 내보면 담배는 습관입니다. 식사 후 한대, 커피나 음료 마신 후 당연히 한 대, 책 보다가, 글 쓰다가 한 대, 특히 고스톱-포커 같은 놀이판이나 술좌석에선 으레 줄담배가 이어지죠. 냉정하게 생각해 보세요. 이게 다 습관성이죠. 전에 이러 했으니까 지금도 이래야 하는 것 이게 습관이 아니면 뭡니까?

스스로 생각해도 지저분하고 주변에서 싫어하는 흡연, 이젠 마땅히 앉거나 서서라도 담배 필자리가 없지 않아요. 이참에 더러워서라도 과감하게 떨쳐버리세요. 생각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행동이 바뀝니다. 금연하기로 결심한 당신 꼭 성공하길 기원합니다.

금연하다가 다시 마음이 약해지면 되새기고 또 되새겨보며 꼭 목표에 이르도록 독한마음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저 친구 담배 끊다니 진짜 독종이다. 이런 얘길 친구들에게 들어야만 당신은 진짜 금연에 성공했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신문광고란에 가끔 소개되는 “금연,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에 나오는 ‘금연하면 좋은 10가지’가 마음에 들어 함께 보시길 권하며 이글을 마무리 합니다.

1. 역겨운 냄새에서 해방됩니다. 2 숨쉬기가 편해집니다. 3 가래가 없어집니다. 4 담배 값으로 새로운 취미활동에 투자해 보세요. 5 아내와 아이들이 좋아합니다. 6 스스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7 추운겨울 담배 때문에 건물 밖으로 나가는 고통을 덜 수 있습니다. 8 술 마시고 다음날 일어나기가 편합니다. 9 시간이 절약됩니다. 10 주변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아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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