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박근혜 당선자가 이끌어 갈 새 정부의 골격이 밝혀졌다. 경제부총리가 부활돼 ‘박근혜노믹스를 주도할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게 될 것 같다. 2008년 '작은 정부'를 지향한 이명박 정부가 폐지한 후 5년만의 부활이다.

경제부총리 제도가 처음 생긴 것은 50년전인 1963년 12월이엇다. ‘경제 부흥’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 박정희 전 대통령 작품이다. 각 부처에 분산된 경제 정책 기능을 한곳으로 모아 경제기획원을 만들었다.

기획원장관이 부총리를 겸해 경제 발전을 이끄는 사령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초대 장기영부총리는 경제 발전의 바탕이 된 외자 도입을 주도했다. 최장수 부총리를 지낸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중화학공업 육성과 수출 드라이브 정책을 펴 경제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1997년12월 외환위기 후 김대중 정부 때 일시 폐지됐다가 2001년 교육부총리와 더불어 부활했다. 하지만 기획예산처 신설로 재정 쪽만 맡다 보니 부총리의 위상이 크게 줄어들었다가 2008년 이 제도가 아예 폐지된 것이다. 이제 성장과 안전을 이끌 박근혜정부의 한축을 주도할 경제부총리 제도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지난15일 인수위 브리핑에서 "국내외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경제부흥을 이끌기 위해 경제부총리제를 신설해 경제 문제를 적극 해결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한 국민의 안전과 경제 부흥이라는 당선인의 국정철학과 실천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도 17부3처17청으로 구성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노력이 엿보인다"며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민주통합당은 "조직개편은 업무의 집중과 효율성을 위해 민주당에서도 주장했던 부분으로 구태의연한 부처 이기주의를 깨고 업무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진보정의당도 "이명박 정부와 달리 장기적 국가 과제와 성장 동력 등을 중심에 놓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정치권이 이처럼 비교적 후한 평가를 함으로써 개편안은 일단 국민의 공감을 받았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실업자 양산-일자리 부족-소비위축-가계부채 문제-복지욕구 팽배-자살자 급증-출산율 저조-노령화 사회 급진전 등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현실을 빠른시일 안에 타개하기위한 처방으로 잘 택했다는 생각이다.
일선기자 때 주로 경제부에서 일하며 10년 가까이 여러 부서를 돌았다. 83년 경제기획원을 출입했다. 당시 제로베이스 예산편성과 아웅산 사태를 극복한 국과장 등 실무진들이 보인 자부심과 열의가 대단했음을 기억하고 있다.

5공시절인 그해 내년도 예산은 올해보다 한 푼도 늘릴 수 없다는 엄명이 떨어졌다. 소위 제로베이스에서 신년도의 모든 사업계획을 수립하던 때다. 그 와중에서 10월9일 아웅산 테러가 발생했다. 북한이 당시 버마(현 미얀마)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 및 수행원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자행한 것이다. 천인공노할 대 사건이었다. 대통령일행이 방문할 예정인 버마의 영웅 아웅산장군 묘소에서 강력한 폭발 사건을 터트려 대통령의 공식·비공식 수행원 1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건으로 기획원은 수장인 서석준 부총리를 잃는 슬픔을 겪었다. 그런데도 기획원관리들은 별 동요없이 예산안편성은 물론 모든 현안을 잘 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간부들은 물론이고 국 과장 등 실무자들은 사심없이 열심히 일했다. 큰 문제가 닥치면 며칠씩 밤샘은 보통이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석간신문의 오전은 마감을 앞두고 엄청바쁘다. 기사마감 직전에 밤샘을 하고 아직 출근 전인 관리의 집으로 확인할게 있어 전화를 했다. 며칠째 밤샘하고 이제 잠든지 몇시간 밖에 안됐는데 지금 깨울 수 없다며 부인이 통사정하는 것이었다. 기자 이전에 인간적으로 공감이 가 확인작업을 포기했던 기억이다. 대부분 국 과장들이 그렇게 일했다. 나라의 경제를 총괄하며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데 앞장선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앞으로 경제부총리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예기치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부처간 이견 등 구체적인 것은 상식선에서 잘 조율하고 원할한 소통을 통해 풀어나가면 무난하게 운영될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분위기 쇄신이다. 40년전 일선기자 때 봤던 기획원을 비롯한 경제부처 일선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업무태도를 다시 보고 싶다. 그 결의와 그 자부심을 되살릴 수만 있다면 경제부총리제를 부활한 목적이 상당부분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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