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대형 인사이자 박근혜 정부의 첫 인사라고 평가받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청문회가 이틀에 걸쳐 열렸다. 야당은 일찌감치 이 후보자의 지나친 보수 성향을 거론하며 부적격이라고 반발했는데, 그것이 발단이 돼 뜻밖에 그의 품성과 자질 문제로 번지고 말았다.

그동안 숱한 의혹이 제기됐던 이 후보자는 청문회를 통해 모든 오해를 불식시키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강하게 부인했을 뿐 충분히 해명하지 못함으로써 그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했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임 6년 동안 3억2천여만원의 특정업무경비를 현금으로 받아 개인계좌에 넣고 이를 사적 용도로 사용한 점 등이 가장 큰 문제로 부상했다. 증인으로 나선 헌재 김혜영 사무관이 특경비를 개인 계좌에 입금한 것과 사용내역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이제까지의 관행이었지만 그것은 규정위반이었다고 시인했다. 이 후보자는 모든 통장을 제출한 것으로 스스로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보였지만 재산 증가 등과 관련해 의혹만 커졌다.

게다가 이 후보자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언론과 야당에 제보한 사람들은 과거 이 후보자와 함께 근무했던 법원이나 헌재 직원이 대부분이다. 의혹의 사실 여부와는 별개로 이 후보자의 평소 자기관리와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따라서 청문회에서 드러난 문제는 모두 본인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주장과 진정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공직 수행 능력을 엄정하게 따져보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었다고 말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언급한 대로 “헌재는 국민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며 소장에겐 엄청난 국가적 사명이 있다.” 그런 자리에 앉으려면 성인군자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일반 공무원보다 한층 높은 윤리의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요구하는 모든 자료를 내놓고 스스로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여러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다” “행정처리가 부족했다” “관례였다”고 답했을 뿐 의혹 해소에는 실패한 듯하다. 따라서 국회의 임명동의를 얻지 못해 헌재소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제 후보자 스스로 용퇴하는 결정을 내리는 일만 남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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