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사람으로선 감히 생각할 수 없는 온갖 흉악범죄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기도 한다. 겉만 사람이지 속은 짐승 같다(인면수심 人面獸心)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 돼 버렸다. 누구 잘못이라 탓하기 전에 인성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런 시점에 법원도 감동했다는 기사가 전해져 다소 위안이 된다.

자신을 칼로 찔러 목숨까지 위태롭게 한 동거녀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겠다는 남성의 호소를 법원이 받아들여 해당 여성에게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내용이다.

박모(35·여)씨는 지난해 8월 말다툼 끝에 동거남 이모(42)씨의 오른쪽 등을 과도로 힘껏 찔렀다. 6㎝깊이로 등을 관통해 폐를 둘러싼 흉막이 크게 손상됐다. 칼날이 조금만 더 깊숙이 들어갔다면 폐에 상처를 내 폐기흉으로 사망할 수도 있는 큰 상처였다.

검찰은 박씨가 말다툼을 벌이다가 동거남을 죽일 생각으로 칼로 찔렀다며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동거남 이씨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자신이 실수해 칼에 찔렸다고 진술했다. 말다툼 도중 칼을 들고 있는 박씨를 향해 실수로 넘어지는 바람에 다쳤다고 계속 주장했다.

이 사건을 맡은 법원은 신고당시 정황, 각종 증거, 관련자 진술을 종합해 볼 때 이씨가 자신을 찌른 동거녀를 감싸줘 형사책임을 벗어나게 하려고 사실과 다르게 허위진술을 한다고 판단했다.

박씨가 말다툼 도중에 격앙돼 불안정한 심리상태에서 이씨를 찌른 것으로 보이는데다 동거남 이씨의 진술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상처가 깊고 매우 위중했다는 의사 소견을 토대로 고의성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럼에도 이씨가 처벌을 전혀 원하지 않았고 "박씨와 곧 결혼해 행복하게 살겠다"고 거듭 호소한 점 등을 고려해 동정을 베풀었다. 살인미수 사건의 권고 형량인 징역 1년~징역 6년 8월보다 가벼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박씨를 풀어준 것이다.

자기를 죽이려고 칼을 휘두른 동거녀를 끝까지 감싸고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겠다는 착한마음에 판사도 감동했다는 얘기다. 험한 일이 판치는 세상에 남을 탓하지않고 용서하고 사랑으로 보듬어 안은 이씨의 앞날에 신의 가호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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