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새봄을 시샘하는 비-바람이 지난 주말 전국을 몰아쳤다. 새롭게 한주가 시작되는 오늘, 월요일 아침부터 봄 날씨가 회복됐다. 햇살도 따사롭다. 제주도에서 출발한 꽃소식이 남부를 거쳐 이번 주말께는 여의도 등 수도권에도 꽃 내음이 진동할 것이란 예보다. 이제 상춘객들로 붐빌 시즌이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지난겨울이었다. 겨울 내내 움추렸던 몸과 마음을 떨쳐 내려면 아무래도 나들이가 제격이다. 주말만 되면 명승지는 물론 전국 국립공원 곳곳이 사람들로 뒤덮일 것이다. 봄나들이 인파는 이제 시작돼 여름으로 이어지고 가을 단풍철 피크를 이룰 것이다. 상춘이 시작되려는 때 재미있는 보도자료가 나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집계한 2012년 한해 국립공원 쓰레기 발생량 얘기다. 작년한해 전국 국립공원 전체 쓰레기 발생량은 총 1520톤이었다. 전년 1838톤에 비해 17%가 줄었다. 10년 전인 2002년 6155톤에 비하면 무려 75%가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전체물량을 탐방객수로 나눈 1인당 쓰레기 발생량은 40.8g이었다. 이 수치는 환경 선진국으로 일컬어지는 일본의 41.8g보다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국민수준이 그만큼 높아진 것 같아 흐뭇한 느낌이다.

이렇게 쓰레기 발생량이 크게 줄어든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등산객이나 탐방객이 자기쓰레기를 되가져가는 양 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그린포인트 제도가 실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야영할 때 남는 음식을 기부하도록 하는 푸드뱅크 실시 등 탐방객이 쉽게 참여토록 유도하는 쓰레기 저감 정책이 효과를 본 때문이라 한다.

그린포인트 제도는 하산할 때 쓰레기를 되가져오면 공원입구 탐방지원센터에서 무게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포인트는 상품으로 받거나 대피소나 야영장, 주차장 이용료로 대신 사용할 수 있다. 지난한해 총 17만 명이 76톤의 쓰레기를 되가져왔다. 포인트 금액으로는 1억 5천만 원에 이르렀다. 한해 4000만이 찾는 국립공원에서 이정도 포인트 금액이라면 너무 미미한 액수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을 망치는 쓰레기를 치우자는데 동참한 사람이 점차 늘어난 다는 것은 금액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 국민들이 함께 공감한다면 얼마든지 좋은 환경 아름다운 국토를 잘 가꿀 수 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그린포인트는 경쟁이 치열한 대피소 예약 때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어 등산객들에 인기라고 한다. 대피소 수용인원의 10%를 포인트 이용자에게 할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를 더 확대했으면 좋겠다. 포인트점수를 지금보다 더 쳐주고 대피소할당도 30~40%정도로 확대하는 게 쓰레기를 확실하게 줄이는 방법이 될 것 같다. 국회에서도 이부문 예산을 확 늘리길 기대한다. 투자금액 대비 그 효과는 10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현재 21곳에 달한다. 지리-설악 등 산악형이 16곳, 사적형이 경주시 1곳, 해상형이 한려-다도해 등 4곳에 이른다.

국립공원은 46년전인 1967년에 처음 지정됐다. 그해 3월 ‘국립공원법’이 제정되고 이 법을 근거로 하여 12월29일 최초로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이다. 지리산이 최초 지정된 데는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3년1개월에 걸친 6.25전쟁이 휴전된 후 살길이 막막한 사람들이 지리산에 몰려들어 나무를 파가기 시작했다. 생계유지차원에서 몰래 행하던 도벌이 점차 늘고 방법도 다양해졌다. 심지어 일부 재력가들이 권력과 결탁해 트럭과 인부를 대량동원해 쓸만한 나무를 자르고 파가는 등 남벌이 극심해진 것이다. 이대로 둬서는 산을 다 망쳐 큰일 나겠다고 자각한 구례군민들이 들고 일어났다고 한다. 선진국처럼 산을 나라에서 보호 관리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에 뜻을 같이 한 군민 1만2000명이 서명한 청원을 정부가 받아들여 법제정으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듬해인 1968년 경주 ·계룡산 ·한려해상을, 70년에 속리산 ·설악산 ·다도해해상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어 71년 내장-가야산, 75년 덕유-오대산, 88년에 월출산이 지정됐다. 그후 24년동안 멈췄다가 작년 12월 무등산이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추가된 것이다.

국립공원은 단순한 놀이동산이나 구경으로 그치는 관광지가 아니다. 그 안엔 수많은 동-식물이 살고 있고 엄청난 산림자원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들의 재산이자 후손들에게 물려줘야할 고귀한 국가자산이다.

2012년 공단이 평가한 20개 국립공원(무등산제외)의 경제적 가치는 103조 4,000억원이었다. 2007년 조사 때보다 5년새 무려 39조원이 증가한 것이다. 단순개념으로 국립공원이 국민 1인당 200여만원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연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질수록 그 값은 앞으로 얼마가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국민소득이 향상되고 여가시간이 늘어나고 교통수단이 발달 될수록 국립공원의 이용자가 급격히 증대할 것은 불문가지다.

현재 국립공원 탐방객은 연간 4000만을 넘는다. 2006년까지만 해도 2700만 명 수준이었다. 2007년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2010년부터 4천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연간 700만 명이 방문하는 무등산국립공원까지 포함됨으로써 탐방객 5천만 명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탐방객이나 등산객들도 더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협조했으면 좋겠다. 자기 쓰레기 챙겨오고 산불조심하고 기간을 정해 통제하는 하는 등산로는 안들어 가면 그것이 협조하는 길이다.

앞으로 국립공원은 현재 잘 보존된 자연생태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생태탐방과 힐링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야영장 등 편의시설을 꾸준히 확충하여 이용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야한다. 명실공히 국립공원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연휴양지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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