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이번 한주간 인터넷의 핫뉴스는 단연 여승무원폭행 대기업 임원사건이다. 첫날 사실보도가 나갔다. 이어 해당 대기업임원이 포스코그룹 상무라는 인적사항이 알려졌다. 다음날엔 그룹의 해명 사과보도가 나오고 급기야 해당임원의 보직해임 소식이 전해졌다. 아울러 인터넷에는 승무원의 애환관련얘기들이 터져 나왔다. 사건이 최초 보도된지 5일만에 해당임원이 사표를 냈고 회사가 수리했다는 소식이 뒤따랐다. 이로서 사건이 일단락됐다는 느낌이다.

지난 며칠간 포스코 임원의 항공기 내 '진상' 행동에 네티즌들의 분노가 이어졌고 이보다 더한 일들도 종종 일어난다는 주장이 승무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사건을 접하고 다루면서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하나는 승무원 입장에서 다른 측면은 대기업 임원처지라면, 이어 제3자의 시각으로 보는 견해라 할 수 있다.

# 먼저 승무원 입장에서 정리해 본다. 집안에 승무원근무자가 있어 그들의 애환에 대해 많이 들어서 아는 편이다. 대부분 승객들은 안그렇지만 짓궂은 승객들이 더러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기저기서 많이 나온 사례들을 말한다. “라면 끓여 와”는 양반이고 심지어 두발을 내밀고 “신발과 양말 벗기라"는 국회의원, “무서우니 안아 달라"는 남학생, ”뭐 이따위야 *같은* 등 욕부터 내뱉는 사람, "내가 누군지 알아"로 시작하는 과시형, "고발하겠다" “그만 안두겠다"는 협박자, 승무원들의 신체를 은근히 만지는 더듬이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난동 고객들이 있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일일이 보고할 수도 없고 모르는채 피하거나 그냥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너무 짓궂어 기장에게 보고해도 유야무야되기가 일쑤라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가 지체높은 분(?)이라 좋은 게 좋다고 그냥 넘어가자고 회유하기도 한다는 얘기다. 무척 자존심 상하지만 약자입장에서 속만 삭이지 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통상 지고만 지내다 이번에 한방 날린 셈이니 너무나 통쾌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승무원들의 인권보장과 기내질서 확립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주장이 앞선다.

# 대기업 임원이 되려면 얼마나 걸릴까. 대학졸업하고 군대갔다 오고 시험치뤄 입사하면 빨라도 20대 후반. 20년 또는 그 이상 열심히 노력해야 대망의 임원이 된다. 40대 후반 또는 50이 넘어 영광스런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별을 단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좋은 일 궂은 일 마다않고 힘겹게 20년이상 버틴 결과 하늘의 별(?)만큼 귀한 위치에 섰다는 의미라 할 것이다. 대기업임원은 소속회사에서는 절대적인 존재다. 맡은 분야에서 웬만한 일은 스스로 결정하는 등 회사의 중추적 역할을 맡는다. 뿐만 아니라 국가전체로 본다면 기업보국을 통해 국가발전의 기둥역할을 수행한다.

최초 입사후 20여년 걸려 현 위치에 오른 경우를 다른 부문에서 찾아보자. 정부기관이나 지자체의 국장급 관료, 공사 등 공공기관의 임원 또는 상위직급자, 경찰간부, 교육계 중진, 언론사 데스크 등이 여기 속하는 계층이라 보면 된다. 이 분들이 서로 일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비슷한 과정을 거쳐 현 위치에 이르렀다. 여기 속한 수많은 분들이 이번 일을 남의일이 아닌 자신의 문제로 생각할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 제3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보자. 대기업임원이 한순간 실수를 저질렀다. 많은 네티즌들은 마치 죽일*같이 성토한다. 물론 그가 큰 실수를 했다. 상식 밖의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질렀다. 대기업임원이라면 이른바 사회지도층인사다. 남보다 먼저 모범을 보이고 상대방을 배려해야할 위치다. 나이로 봐도 큰 조카나 딸 같은 처지의 승무원에게 그래서는 절대 안된다.

어쩌다 그런 큰 실수를 했는지 너무나 안타깝다. 그는 최근 임원이 된후 첫 출장길이었다. 우쭐한 마음에, 비싼돈 내고 비즈니스석에 앉았다는 티내기 위해 폼한번 잡아 봤다면? 그 결과 여론의 몰매를 맞고 보직 해임됐다. 회사에 끼친 불명예를 감당할 길 없어 결국 사표를 냈다. 20년 이상 공들인 탑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가장인 그가 가정에선 어떤 꼴이 됐을가? 부인한테 자녀들한테 친지들에겐......너무나 끔직한 댓가를 치룬 것이다. 그에겐 씻을 수 없는 가혹한 형벌이다. 성경 말씀에 죄없는 자가 먼저 심판하라고 한 대목이 있다. 간음죄를 지고 대중앞에 끌려나온 사마리아 여인을 처형하는게 당연하지않느냐는 군중들에게 예수님이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하신 것이다.

이번 사건을 여기에 대입해 보자. 우리 가운데 포스코임원을 정죄할 만큼 흠 없는 사람이 먼저 돌을 들라. 비행기안에서 잘못 행동한 실수로 20년 공든탑을 버린 그가 진정으로 뉘우쳤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일가? 이쯤에서 그의 뉘우침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면 안되는지 묻고 싶다.

비행기 안에서 이런 볼썽사나운 사태가 발생한데는 항공사들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승무원들은 고객의 편의를 돌보기도 하지만 비상상황에서는 응급조치와 함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결코 미모가 선발기준이 될 수가 없는데도 항공사들은 몸매 날렵하고 예쁜 젊은 여성들만 선호한다. 고객들 눈에 승무원이 ‘안전 지킴이’ 보다는 ‘탑승 도우미’로 보인다면 이는 누구 책임이라 할 것인가?

예의를 망각한 일부 버릇없는 고객만 나무랄게 아니다. 항공사들도 반성하고 잘못된 제도는 과감하게 개선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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