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소설가 박범신이 최근 내놓은 ’소금‘의 한 대목을 보자.

"오늘의 아버지들, 예전에 비해 그 권세는 다 날아갔는데 그 의문은 하나도 덜어지지 않았거든. 어느 날 애비가 부당한 걸 견디지 못하고 직장을 박차고 나와 낚시질이나 하고 있어봐. 이해하고 사랑할 자식들이 얼마나 있겠어?"

"치사해, 치사해....."중얼거리며 부둣가에서 일하는 아버지, 베트남전에서 다리가 잘린 채 안개 사이로 절름절름 걸어오는 아버지, "이게 다 너 때문이야"라고 소리치는 아버지, 소금을 안고 엎어지는 아버지, 가족을 등지고 도망치는 아버지까지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식을 위해 당신들의 꿈을 버리고 상처받고 고생하지만, 자식들은 아버지의 무능을 비판하고 아버지가 해준 게 없다고 말한다.

아버지가 되는 그 순간부터 자식들을 위해 빨대가 되어줄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삶을 통해 늙어가는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과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나의 아버지는 가출하고 싶은 아버지인가? 아니면 가족들이 가출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인가?

가정의 실세로 바뀐 어머니는 언제나 대접을 받는 대상이다. 어버이날을 맞아 이날 하루만이라도 직장이나 사회에서 휘둘리고 가정에서 마저 설자리가 마땅치 않은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명절이나 생일 때 용돈 조금 쥐어 준다고 할일 다한 것은 아닐 것이다. 별 볼일 없이 변해버린 아버지일지라도 계실 때 마음써줘야지 훗날 후회한들 무슨 소용 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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