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그동안 말이 많았던 기준금리가 인하됐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정례회의에서 5월 기준금리를 2.50%로 전격 인하한 것이다. 한은이 지난해 11월부터 올 4월까지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하다 7개월 만에 0.25%p 내린 것이다. 이 수치는 2010년 11월 이후 2년6개월 만에 최저치다.

금리정책은 중앙은행이 갖는 전통적인 통화조절 수단이다. 경제호황에 따른 과도한 투기를 억제할 때는 고금리정책을 쓴다. 반대로 경제침체상황에서 유휴자금이 누적될 때는 금리를 낮춰 자금수요를 유발하고 경기 진흥을 꾀하게 된다. 이번에 한은이 저금리정책을 취한 곳은 결국 정부와의 정책 공조를 위한 것이라 풀이된다. 이와 함께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 인도, 호주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잇따른 금리인하도 한은 금통위의 결정에 영향을 줬다.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보조를 맞췄다는 분석이다.

김중수 총재가 "금리인하는 추가경정예산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준 것"이라고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했다. 이어 "이자율의 격차는 자본유출입에 영향을 준다"며 "어느 정도까지 이자율 격차를 유지해야 하느냐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지만 선진국의 금리가 변화할 때는 같이 변화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금통위의 이번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놓고 금융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만큼 시장상황과 앞으로 예견되는 경기전망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라 할 것이다.

정부의 추경예산이 시중에 풀리고 이번 금리인하 조치로 자금수요가 유발돼 산업현장이 활기를 찾을 명분이 주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성장률이 당초 한은의 전망치인 2.6%보다 는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또 내년 성장률은 4%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는 의견도 나온다.

아무튼 이번 금리인하조치로 그동안 말이 많았던 한은과 당-정-청(黨-政-靑) 간의 금리 인하 논쟁도 일단락됐다. 17조3000억 규모의 추경이 지난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민간 투자를 독려하면서 한은의 금리인하 공조가 절실하다는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지난 4월에 이어 이달에도 금통위가 '고정금리 동결'로 결론 낼 경우 경기 부양에 뒷짐만 지고 있다는 혹평이 거세질 것이란 인식도 물론 있었을 것이다.

이런 여러 이유를 들어 일부에서 한은이 정치적 압박에 굴복했다느니 체면을 많이 구겼다느니 하는 평가(?)를 내놓는 것은 바람직한 표현이 아니라 본다. 한은이 금리를 내린 데는 시장상황을 볼 때 경기회복예측이 그동안 판단한 것보다 다소 변화된 때문이라 보고 싶다. 생산·투자·수출·고용 등 주요 실물지표 부진이 계속 된데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조차 6개월째 1%대에 머물러 있다. 자칫하면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되는 형국을 타개하기위한 판단으로 보면 좋을 것 같다.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가진 고유한 권한이다. 그들의 판단에 대해 외부에서 논리적으로 의견제시나 찬반표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도를 넘는 시비나 비판은 자칫하면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영향을 주는 좋지 않은 사례가 될 수도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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