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박인비와 류현진. 대단한 젊은이 들이다. 여자골프와 야구에서 탁월한 능력을 과시한다. 스포츠에서 한국인의 자존심을 높여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스포츠 쪽에도 대단한 선수들이 많지만 유독 두 사람을 들먹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신문 제작하는 입장에서 이들 두 사람이 출전하는 날은 그들의 행적을 유심히 보는 게 습관화 됐다.

엊그제 일요일만 해도 그렇다. 박 인비가 미국 뉴욕주 사우스햄턴의 세보낵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4타차 선두를 유지하고 마지막 라운드를 기다리던 시점이다. 미국대회는 시차 때문에 우리시간으로 새벽에 열린다. 조간신문들이 기사화할 시간적 여유가 전혀 없다. 그래서 대부분 신문들이 전적을 다루지 못하는 이유다. 일요일에 정상출근해서 월요일자 신문을 제작하는 처지에서 이날도 골프기사를 넣지 말고 평상시처럼 그냥 지낼가를 생각해봤다. 어차피 최종 4라운드경기는 다음날 새벽에 열린다. 승패는 조간신문배달시점과 비슷하게 나오기 때문에 기사취급을 안한다고 문제될 거리도 아니다.

그렇지만 뭔가 아쉽다. 박의 경기를 매번 지켜보는 관계로 이번만은 다르다는 느낌이 커서 일가. 한번 모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3라운드에서 연속 보기를 범하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금방 회복하는 모습이 너무나 강렬했기 때문이다. 고심 끝에 체육면에서 취급하지 않고 그냥 넘겨도 될 기사를 과감(?)하게 앞쪽 종합면에 배치하기로 작정한 것이다. 편집팀에서 그러다 우승 못하면 어쩔거냐는 걱정을 제기한다. 당연한 우려다. 그런데도 밀어부쳤다. 기사는 다음날 걸 작문할 수 없으므로 3라운드 결과를 쓰되 가능하면 예측위주로 다루자. 그러나 제목만은 우승을 전제로 대망의 새 기록을 엮고 LPGA역사를 다시 써간다는 쪽으로 달아보자. 이렇게 제작키로 작정하고 실행에 옮겼다.

류현진의 경우는 매번 잘 던지고도 아차 하는 순간 팀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해 승수를 챙기지 못하는 게 안타까와 체육면에 써도 무방한 걸 앞쪽으로 가져온 것이다. 이겨 7승을 챙긴것도 아닌데 그렇게 비중을 두느냐는 이견도 나올 수 있다. 6월중에만 다섯 번이나 연거푸 3점이내서 막는 퀄리티점수인데도 이겼다는 애기를 못들으니 너무나 안타깝다. 빨리 마의 7승을 넘어섰다는 좋은 소식을 기대하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제작의도다.

다시 박인비 얘기로 돌아가 본다. 월요일 새벽 눈을 뜨자마자 골프중계를 보는 집사람에게 결과가 어떻냐고 물었다. 경기를 보기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고 새벽에 깨서 중계를 보는 집사람은 항상 스코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그랬더니 오늘도 잘하고 있고 우승은 확실하다는 대답이다.

다행스럽게도 올 시즌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등 앞선 2개의 메이저 대회 정상을 밟았던 박 인비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3연속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다. 오는 8월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추가하면 꿈에 그리던 골프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한 시즌 안에 메이저 4개 대회 석권을 뜻하는 그랜드슬램은 '골프 여제'라 불리던 아니카 소렌스탐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이다.

경기가 끝난 후 집사람에게 어제 신문제작 과정을 들려주었다. 그러다 실수하면 어쩔거냐며 다시는 예측기사를 피하라고 조언한다. 맞는 말이다. 어떤 확신이 있더라도 예측이란 어쩌면 내 생각이 맞을 것이라는 맹신(?)으로 신문을 만드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자. 박인비와 류현진이라는 두 젊은이의 경기모습을 보면서 느낀 점이다. 두 사람 모두 계속 승전보를 전하며 미국 LPGA와 프로야구의 역사를 다시 쓰는 큰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 요즘 같은 실력을 충분히 발휘한다면 분명히 해낼 만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경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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