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보화 이어 '소프트웨어 고속도로' 시급
과정에 충실하는 프로정신만이 21세기 이끌어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 사진=일간투데이

 

 

[황종택의 直問卽答]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 인터뷰 ① 에 이어…

 

- 4차 산업혁명의 필연성과 중요함이 이러함에도 우리 현실은 기대에, 아니 세계 주요국의 흐름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총리급 조직이라는 당초 구상과 달리, 행정협의체 혹은 자문기구 정도로 위상이 축소됐다는 위상저하입니다. 장병규 위원장이 최근 첫 기자간담회에서 “정책은 정부에서 자문은 위원회에서”라고 말한 게 잘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없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삼국지를 보면 전쟁이 발발했을 때 대장군을 먼저 결정 한 후 밑에 사람들을 구축하지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리더가 부재한 위원회부터 먼저 결성하곤 합니다. 보이지 않는 세계는 결국 콘셉트사업 입니다. 과거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개념설계가 불분명하며 남은 것이 없다는 말이 나온 게 그런 것입니다.

4차 산업도 마찬가지지요. 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개념을 갖고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야 합니다. 조직위주로는 안 됩니다. 워낙 큰 사업이므로 정부 각 부처 국장은 물론 장·차관과 대화할 수 있는 경륜을 갖춘 실질적 리더가 필요하지요. 특히 리더에게 바라는 것은 착안대국 착수소국(着眼大局 着手小局)입니다. 현장에 발을 딛어야 합니다.

거시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못된 정책은 산아제한 정책입니다. 1983년도 당시 출산율이 2.1명이었습니다. 이미 두 명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컸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90년대까지 산아제한에 들어가 셋 째 아이부터는 보험도 안 됐습니다. 반면 프랑스는 국가 지원 아래 출산장려 정책이 마련됐습니다. ‘낳기만 해라. 정부가 키운다’고 하니 출산율이 2.0을 상회하잖습니까.

4차 산업혁명의 가시화를 인지하고 디테일하게 현장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인물이 필요합니다. 일본의 메이지유신처럼 법 자체를 변화시켜야 가능합니다. 세상의 패러다임이 바뀌면 법도 당연히 바뀌어야 하지요. 

'새로운 사업'이라는 것은 본시 기존 질서와 잘 맞지 않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오프라인 생산 현장에 온라인 기술이 적용되면서 일어나고 있는 O2O에서 비롯된 혁신이다. 온라인 기술이 오프라인 택시에 적용된 것이 우버(Uber)이고, 오프라인 호텔에 적용된 게 에어비앤비(airbnb)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온라인 기술이 오프라인의 생산에 적용된 것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이지요. 

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의 생산성을 혁명적으로 탈바꿈시키고 있습니다. 병원, 항공, 풍력발전소, 제조업 공장에 인터넷 기술이 접합되면 생산력이 극대화되고 있지요. 크라우드 데이터와 공유경제 등 그동안 불가능했던 산업이 새롭게 발견된다면 그에 맞게 규제도 완화해야 마땅합니다.

숨통을 열어줘야 신사업에 도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기존의 잣대에서 허용해주는 것을 엄청난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스타트업과 신사업에 규제가 타이트하면 발전할 수 없는 것은 불 보듯 훤하지요.

앞으로 역사에 남을 지도자는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 고속도로와 김대중 대통령의 정보화 고속도로를 본받아 '소프트웨어 고속도로'를 이뤄내는 자가 될 것입니다. "소프트웨어 산업? 너희 맘대로 한번 해봐! 문제가 발생하면 국가가 해결 할 테니" 라는 사고방식을 갖춘 대통령이 나와야합니다. 

 

이 회장이 황종택 일간투데이 주필과 대담하면서 우리 사회가 시급히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은 결과보다 과정의 충실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일간투데이


- 4차 산업의 진흥을 위해선 규제에 대한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신사업이 질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지 않은데요.

▲ 알리바바의 경우 지난 2005년에 알리페이를 만들었으나 11년 동안 단 한 번도 규제를 받은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보다 뒤처지고 막힌 중국이라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요. 우리는 간편 결제 하나 만드는데도 온갖 난리가 나지 않습니까. 

이는 구한말 박규수가 일본의 메이지유신과 청나라의 양무운동 등을 보고 조선 내 개화정책을 펼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흥선대원군의 반대로 뜻을 거두지 못해 결국 이를 빌미로 일본의 침략을 받은 아픈 역사를 반복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4차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20년 전 우리나라의 한참 뒤에 따라오고 있던 그 시절과는 다릅니다. 드론과 알리페이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개화기 서양 선박이 오면 총을 쏘고 과거 시험을 치르던 그 시절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 현 시대를 사는 우리, 곧 정치인과 관료, 기업, 일반 국민의 정신 자세가 어떠해야 할까요.

▲ 도전에 대한 응전 의지가 긴요합니다. 아놀드 토인비는 '도전이 오면 응전해야한다'고 말했다. 리더들이 응전과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1964년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해 만들어진 '수출의 날(현 무역의 날)'이 있습니다. 이후 빠르게 몸집을 키워 1977년 수출 100억불 달성 기념식을 거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직접 자주 수출확대 진흥회의를 주관한 덕이지요. 지도자가 몰리 보는 망원경과 꼼꼼히 챙기는 현미경을 갖춰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찾아온 이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응전할 것이냐를 두고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매달 만나 회의를 해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이익이 발생하고 유명해도 스마트폰 내 소프트웨어(OS)는 결국 구글의 것이잖아요. 구글은 구글 앱스토어로 우리나라 게임에서 5천억을 받습니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3조원인데 말이죠. 우리나라가 위원회 하나 만드는 것으로 4차 산업혁명의 책임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 이 회장님께선 제4의 물결의 당위성과 방향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앨빈 토플러, 세일러 교수, 롤프 얀센, 다니엘 핑크 등이 제 4의 물결을 말했습니다. 1의 물결은 농업이고, 2의 물결은 공업, 3은 정보화와 지식을 말하지요. 미국 5대 기업은 전부 IT회사(구글, 페이스북 등)입니다. 재벌들 역시 다 IT 경영인이지요. 

IT란 개인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는 인본주의, 로고스 등으로 대두되는 우주질서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되지요. 이에 사용되는 도구는 데카르트 때부터 '수학'이기초입니다. 우주의 질서는 수학의 질서이고, 지식 사회의 끝은 인공지능입니다. 우리는 이런 시대 흐름을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이끌어야 합니다. 

사실 제2, 제3의 물결은 인간의 불편함을 해소하는데 사용됐지요.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원초적 행복을 가져다 줬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이젠 인간체험에 의한 감성과 정신적 만족감이 중요한 시대임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것이 4의 물결의 핵이지요. 이성의 시대에서 감성의 사회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디자인과 게임, 여행, 바이오, 뷰티, 헬스 등 수 많은 사업이 감성을 통해 창출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추격 경제(벤치마킹 경제)입니다. 좋은 것이 발견되면 '따라가면 된다'는 주의이지요. 그러나 소프트웨어는 따라하면 안 됩니다. 개념을 벤치마킹 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예컨대 옥션과 지마켓의 경우 대기업이 이를 따라하지 못합니다. 겨우 SK가 11번가 만들었을 뿐입니다. 사업은 실패에서 배웁니다. 스타트 업에 실패를 맛본 구직자들을 네이버와 구글이 데려갑니다. 스타트업을 실패와 성공의 개념으로 보지 말고 하나의 생태계 개념으로 봐야 합니다. 실리콘벨리의 중요한 말이 있잖아요. 바로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도와라. 그래야 생존확률이 높아지는 법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이런 생태계 구축이 안 돼 있는 게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내년 1월 1일에 비영리 사단법인 '도전과 나눔'을 엽니다. 도전은 기업가 정신을 말하고 나눔은 멘토링을 뜻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여성기업인 발굴과 스타트업 기업인을 위해 우리나라 멘토 400명을 모았어요. 은행지점장, 코스닥위원회 팀장 등입니다. 

아무리 작은 기업이라도 노동부 등 정부와 관련되기 마련인데 대 관청 업무가 본업보다 어렵다고들 하잖습니까. 이런 부분에 관해 멘토들이 멘토링을 해줍니다. 멘토들의 이름은 '천군만마'입니다. 정부만이 할 일이 아니라 민간에서 이런 사업에 자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책임이 발상이 됐답니다.

 

이금룡 코글로닷컴 회장. 사진=일간투데이


- 회장님은 메세나인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기업의 문화예술인 지원 등에 공로가 큽니다. 기업의 사회 환원 정신입니까. 

▲ 문화예술은 사회 화합과 통일에 큰 역할을 합니다. 공동체를 윤택하게도 하고요. 21세기 최고 사업은 바로 문화사업니다. 연주회나 그림은 나이와 남녀노소 관계없이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나아가 모든 사업에 문화적 감성 입혀야 합니다. 문화적 감성이 사람들 마음에 깃들어야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다름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다양성 중에 조화가 있습니다. 다양성은 주류가 힘을 잃을 때 비로소 드러나지요. 새로운 것이 올라와 이를 지탱하는 방식이지요. 다양성이 잠재돼 있지 않으면 사회 기반이 무너지게 마련입니다. 여성기업가를 키우는 것 또한 다양성의 일부이지요. 여성의 섬세함과 감성의 시선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일본을 봅시다. 이 나라엔 혁명이 없습니다. 천황제를 유지하며 기득권 세력의 끊임없는 내려놓음과 변신, 개혁이 있어왔어요. 우리나라는 기득권 세력 유지로 혁명이 자주 일어납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격차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서비스가 부족합니다. 면세점 또한 특혜로 규제하잖아요. 

구글이 무인자동차(앞좌석에 사람이 타지 않는 차, 타서 운전을 하지 않는 것은 자율자동차) 시험을 진행할 때 아리조나 주 만이 이를 허가했습니다. 이에 현재 아리조나 주는 무인자동차의 가장 대표적인 시험 무대가 됐어요. 우리나라도 이 같은 무대가 될 수 있어요. 그동안 산업화와 정보화로 먹고 살았으며, 동양에서 가장 디지털화 돼 있고 개방도 잘 돼 있으니 우리나라가 도전의 멍석이 돼야 합니다.

- 우리 사회가 시급히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무엇을 들 수 있겠습니까. 

▲ 결과보다 과정의 충실입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예로 들어보지요. 아마추어는 결과에만 집중합니다. 프로는 이름 그대로 프로세스에 중점을 두지요. 일관성 있게 잘 했느냐를 봅니다. 산업의 경우 목표를 향해서 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목적지를 찍지 않으면 안내 시작이 되지 않는 내비게이션처럼 프로라면 자기 프로세스가 적립이 돼 있어야 합니다. 아마추어는 결과만 중시해 발전이 없게 마련입니다. 

리더는 방향을 정확히 지시하고 인사를 단행해야 합니다. 장자의 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 곧 길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걸어가야 생긴다는 말이 있듯 그렇지 않으면 우유부단한 사업들이 모두 움츠러듭니다. 선진국이 만들어 놓은 것에 따라간다는 사고방식은 소프트웨어 세상에서는 통하지 않지요. 

1977년 국민소득 1천 달러 돌파 2005년 2만 달러 돌파 등 즐거움이 극에 달하면 이내 슬픔이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현재 비극으로 떨어지느냐, 숨 고르기 후 다시 도약하느냐의 중요한 갈림 길에 서있어요. 구미 거제 울산 경제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교훈 삼아야 합니다. 베트남 등 동남아로 눈을 돌리는 등 진정한 리더는 쉬운 길이 아닌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사람이지요. 

개인적으로 교장선생님들 모아 놓고 강연을 한 적 있는데, 전근이나 퇴직 때 "별 대과없이 여러분의 도움으로 그동안 지냈다"는 멘트는 하지 말라고 조언하지요. "씨앗정도는 뿌리고 떠나니 잘 거둬 싹이 나고 꽃을 피우길 바란다" 정도가 적당하지 않습니까. 지식인들이 일어나 지적하고 개혁하는 등 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 

-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4차 산업혁명, 이른바 제4의 물결에 대한 고견 고맙습니다. 당부의 말씀을 주시지요. 

▲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많습니다. 3천개의 기업이 팔려나갔던 국제통화기금(IMF) 환란 후유증 때문으로 봅니다. 두려움은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지요. 실수할까봐 두려워하는 사람. 기회를 잃을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입니다. 고 하일성 야구 해설가는 1군과 2군의 차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1군 선수들은 시합이 끝나면 기회를 잃은 것을 두려워하지만, 2군 선수들은 실수를 안 한 것만 안도한다." 

1군이라 불리는 지도층이 기회를 잃어버리면 안 됩니다. 지도자는 하나의 변곡점을 놓치면 안 됩니다. 이 시대의 리더들은 앞으로 4만 달러로 향하는 덕목, 바로 기회를 놓친 것을 두려워하는 사회임을 바로 보길 바랍니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으로 시작된 1차 산업혁명, 전기 발명으로 대량생산 체제를 불러온 컨베이어 벨트 조립 혁명의 2차 산업혁명, 정보통신을 활용한 자동 생산의 3차 산업혁명을 지나서 이제는 드디어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이 공식화됐다. 기계화→전기화→정보화에 이은 과학기술의 융합화이다. 이 회장은 그가 평생 연구한 ‘부의 물결(Wave of Wealth)’이 아주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으로 한국인들은 세계인의 감성을 감동시키는 제4의 물결의 주인공이 모두 되길 고대한다는 이금룡 회장. 시대의 소명을 안고 사는 선각자라고 하겠다. <정리=임현지 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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