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후보 추천…사실상 연임 확정
이사회‧3월 정기주총 의결 남겨둬
노조‧당국‧정치권 "금융적폐" 반발

지난 19일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신사옥 앞에 하나금융지주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가 설치한 '김정태 퇴진 컨테이너' 모습. 공투본은 김 회장의 '셀프연임' '날치기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12일 컨테이너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사진=송호길 기자

 

최종후보 추천…사실상 연임 확정

이사회‧3월 정기주총 의결 남겨둬

노조‧당국‧정치권 "금융적폐" 반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회장 단일후보에 선정됐다. 이로써 김 회장은 금융권 예상대로 3연임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차기 회장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김 회장은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권까지 '금융적폐'로 거론되는 만큼 연임에 성공한다 해도 넘어야 할 암초들이 산적해 있다. 셀프연임 논란과 김정태 회장의 아들 및 사외이사와 하나금융 간의 거래 비리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그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의 회장 선임 절차 연기 권고를 묵살하고 차기 회장 선정을 일정대로 강행한 터라 향후 괘씸죄에 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간투데이는 3연임을 앞둔 김 회장 관련 금융권 빅이슈를 기획시리즈로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하나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지난 22일 김정태 회장을 최종후보로 추천하며 "후보들의 기업가 정신과 글로벌 마인드, 인력과 조직에 대한 통찰력 등을 비교 평가한 뒤 표결을 통해 최종후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윤종남 회추위원장은 "김 회장이 급변하는 금융시장 변화에 대비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며 그룹 시너지를 극대화할 적임자로 판단돼 회추위원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며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노조와 금융당국, 정치권에서 김 회장의 3연임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이들은 김 회장의 셀프연임과 은행법 위반 등을 이유로 거세게 비판하고 있고 하나금융은 법적 하자가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공정한 후보추천을 위해 감독당국의 지배구조 제도개선에 관한 정책과 지도를 충실히 반영하여 대표이사 회장을 회추위에서 제외하고 사외이사 전원으로 회추위를 구성하는 한편, 경영승계계획 및 대표이사 회장 후보추천절차를 개정했다"며 "최종 후보군 3인에게는 사전에 프리젠테이션(PT) 요령과 면접기준 등 세부사항을 외부 서치펌을 통해 알려주고 최대한 동일여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여건 조성에도 힘썼다"고 말했다. 

하나금융 노조 관계자는 지난 19일 일간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김 회장과 같이 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최범수 전 한국크레딧뷰로(KCB) 대표와 김한조 전 외환은행장은 당초 들러리였다"며 "'비선실세' 최순실 공판 일정에 앞서 김 회장을 연임시키기 위한 구색 갖추기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회추위의 발표에 대해 노조는 "앞으로 하나금융에 대한 금융당국에 철저한 검사를 요청하고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다가오는 최순실 공판 일정…회장 인선 단행 서두른 배경"

이처럼 김 회장은 박근혜 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과 엮여 있다. 따라서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리는 다음 달 13일까지 김 회장을 최종후보로 선정하려는 것이 김 회장 측의 의도라고 노조 측은 보고 있다. 금융사 지배구조법상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자는 회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회장은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독일 생활 당시 도움을 받았던 이상화 전 글로벌본부장의 승진 특혜 의혹을 받는다. 이 전 본부장은 모녀의 독일 생활 당시 외환은행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이었다.

이 전 본부장이 하나은행 독일법인에서 재직할 당시 정씨는 독일 내 주택을 취득하기 위해 최씨 명의의 예금과 임야를 담보로 신용보증장(Standby L/C)을 발급받았다. 정씨는 하나은행 독일법인으로부터 38만6천600유로(약 4억8천만원)를 연 0.98% 저금리로 대출받았다. 일반적으로 학생에게 잘 발행하지 않는 보증신용장을 발급한 점, 그 과정에서 별도의 심사를 거치지 않는 점 등이 특혜 대출 의혹으로 남는다.

이 전 본부장은 지난 2016년 1월경 하나은행 서초동 삼성 타운지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한 달여 만인 2월경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승진했다. 특혜 인사 의혹과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고 인정했고 이 전 본부장도 '최순실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노조에 따르면 김 회장이 특혜대출과 특혜승진 인사를 한 것은 은행법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이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을 과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지난해 11월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명확한 제재를 통해 관리와 감독을 해야 한다"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재 요청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 당국 vs 하나금융 피할 수 없는 '정면출동' 

금융당국과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상황 역시 발목을 잡는다. 회추위가 회장 선임을 강행하면서 당국과 정면충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지난 12일 하나금융 회추위에 검사 중인 의혹이 규명될 때까지 회장 선임 절차를 잠시 중단할 것을 구두로 권고했다. 그러나 회추위는 당초 일정대로 회장 후보자 인터뷰에 이어 최종후보군 발표를 진행했다.

금융사가 당국의 권고를 무시하면서까지 회장 선임 절차를 서두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이 것이 하나금융에 체면 구긴 금감원이 칼을 갈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주요인이다.

앞서 지난해 말부터 금융 수장들은 김 회장의 3연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혁신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금융은 특별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일은 언제나 옳고, 어떠한 경우도 간섭받아선 안 된다'는 잘못된 우월의식에 젖어 있는 분이 있다면, 빨리 생각을 고치시길 바란다"고 했다.

최 위원장의 발언은 하나금융지주 회장 선임 절차를 보류해야 한다는 금융감독원의 요구를 하나금융 회추위가 전날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반발한 직후 나온 것이다. 금감원은 이날 공문으로 회장 선출 일정 조정을 요청했다.

그런데 같은 날 청와대가 '민간 금융사 인사에는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 당국과 하나금융 간 갈등은 일단락된 상황.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지난 22일 국내 모든 금융지주회사를 대상으로 한 지배구조 검사를 시작한 가운데 하나금융지주를 배제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당국이 민간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원칙적으로 정부가 민간 기업의 인사에 개입하거나 이를 위해 공권력을 남용하는 것에 반대해 왔다. 이번 금감원의 조치는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대로 적폐청산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출에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거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항간에는 하나금융이 회장 인선을 서두르는 까닭과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검사에 빠진 점 등을 두고 김 회장이 문 대통령과 경남고 동문인 점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

다음 달 중 금감원이 조사 중인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등 노조가 제기한 의혹과 KEB하나은행 채용비리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조사 결과가 김 회장의 거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금융업계의 관심은 여기에 쏠려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연임과 거수기 사외이사 등에 대한 문제성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금감원 조사 결과에 윤곽이 나오면 당국과 금융사 간에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 '시민단체·정치권·노조' 비판 여론 등 걸림돌 산적

사실상 이미 3연임 고지에 오른듯한 김 회장을 향해 노조를 비롯해 시민단체와 정치권까지 비판적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김 회장은 셀프연임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연루 등 자신에게 얽혀 있는 의혹을 해소하기 전까지 이들의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따라서 김 회장은 당국과의 불편한 관계와 노조와의 갈등, 정치권의 비판여론 등에 따른 부담감을 해소하는 것이 향후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김은정 참여연대 간사는 본지에 "김 회장이 받는 각종 은행법 위반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규명하지 않은 상황에선 향후 지배구조 문제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며 "당국은 각종 비리 의혹 관련 사실관계 등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나금융 적폐청산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도 "차기 회장 단일후보에 선정됐어도 주주총회가 열리는 과정까지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라며 "당국이 금융개혁을 위해 김 회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것이며 노조 내에서도 99%가 3연임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김 회장이 주총을 통과한다 하더라도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른 도덕성 논란과 권위 상실, 나아가 차기 회장 자리를 꿰차기 위한 최측근들 간의 권력 다툼이 예상되는 만큼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우려된다"고 부연했다.

앞서 국회 정무위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하나금융지주 사례로 본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셀프연임, 낙하산, 노조와 갈등은 금융지주사 내부뿐 아니라 금융 소비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한편 하나금융 경영지원부문 관계자는 노조가 제기한 김 회장의 각종 의혹을 묻는 본지의 질문에 "의혹일 뿐 사실 확인된 부분이 아니다. 의혹이 부풀려져서 항간에 떠도는 상황이어서 난처한 상황. 실제로는 의혹으로만 제기됐을 뿐 사실은 아직 밝혀진 바 없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이 조사 중인 의혹에 대한 사실여부를 묻는 말에도 "역시 사실이 아니다. 당국이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입장을 내기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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