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사장 체제의 지배 구조 흔들

▲ (사진 = 연합뉴스)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별세했다. 사인은 폐질환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지난해 미국 현지에서 폐암 수술을 받았으나 최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의 권한을 강격하게 행사함에 따라 사내 이사회에서 경영권을 상실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조양호 전 회장에 대한 연임이 부결된 이유로는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일으킨 큰 딸 조현아 전 부사장과 ‘물컵 갑질’로 알려진 막내딸 조현민 전 전무가 공분을 샀던 이후 재벌가에 대한 제제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여론이 커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가 필리핀 가사 도우미 불법 채용 및 여러 구설수로 국민적 비난을 사면서‘재벌 갑질’에 한진일가에 대한 반여론적 정서가 극에 달하고 장녀 조현아 씨는 이혼 소송이 진행 중으로 폭언과 갑질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조 회장은 고(故)조중훈 한진 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1949년 인천에서 태어났으며 인하대 공과대학을 나와 1974년 대한 항공에 입사했다. 조 회장의 세 자녀와 그의 아내가 물의를 일으키면서 비난의 중심에 놓이게 되는 등 부침을 겪기도 했다.

또한 2002년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이 별세한 이후 대한항공 제 2대 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2005년 '한진가(家) 4형제'는 유언장 진위 여부를 두고 무려 6년 동안 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조 회장의 형제들도 이후 씁쓸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故) 조수호 회장에 이어 그의 배우자 최은영 씨가 한진 해운 최고 경영자 자리를 이어 받았지만 회사는 2017년 파산했다. 또한 한진 중공업을 경영했던 조남호 회장 또한 경영권을 상실했다.

지난 1월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은 "대한항공 창립 50주년을 맞아 성과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하고 대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꾸준한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통해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한편, 사회공헌 활동과 우리 문화 알리기 활동을 통해 국가 브랜드 향상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도 했다.

조양호 회장의 두 딸이 대한항공 직원에게 폭언을 퍼 붓는 모습 언론에 공개되면서 대한항공 일가의 민낯이 노출됐을 뿐만 아니라 그간 '대한항공'을 통해 총수 일가가 자행한 밀수와 횡령 그리고 배임 행위가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한진 일가에 대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는 상태였다.

하지만 조원태 사장 또한 인하대 부정 편입학 사실이 공개되면서 학위가 취소되고 기내에서 게임을 한다는 이유로 기내 안내 방송을 차단하는 지시를 내린 추문이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조 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어떠한 검증도 이뤄지지 않은 채 대한항공 사장 자리에 올랐으며 이로 인해 '오너 리스크’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2018년 5월 대한항공 직원들이 광화문에 모여 '조양호 OUT'을 외친 사례는 직원이 총수 퇴진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이례적인 시위였다. 당시 대한항공 직원들은 총수 일가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 집회를 열였다. 직원들이 가면을 쓴 채 매 주 시위를 벌였고 박창진 지부장이 겪었던 '사내 괴롭힘'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창진 지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우리 직원들은 다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서 입사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경영진 일가) 자제분들이 과연 그런 시험을 통과했나요? 연계된 재벌의 족벌이라는 권한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인정해주는 문화. 지금 대한항공 내부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이 와야 하고 그게 안 된다고 하면 그들이 정말 전문 경영인의 자격이 있는지 검정을 철저하게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조 회장의 경영에서 퇴출됐고 국민연금이 총수 일가의 전횡에 제동을 걸었던 기저에는 박창진 지부장의 용기와 대한항공 직원들의 연대 그리고 총수 일가에 대해 악화일로로 치달았던 국민적 여론이 있었다. 결국 조양호 회장은 경영권을 박탈당했고 이는 재벌 갑질에 대해 철퇴를 가한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현재 경영 일선에 몸 담고 있는 조원태 사장으로 한진 일가는 여전히 그 영향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인해 조 회장의 한진칼 주식을 누구에게 상속하느냐에 따라 한진 그룹 지배 체계가 급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언과 상속세가 경영 구조의 향방을 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특별한 유언이 없을 경우 배우자와 자녀의 상속 권리는 같지만 배우자에게 50% 가산된 상속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명희 씨가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주식의 50%를 갖게 되고 조원태 사장과 조현아 조현민 자매가 50%를 균분하게 상속받게 된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폭언 폭행'으로 악명 높은 이명희 씨가 경영 일선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또한 현재의 상속 세율에 따라 30억원을 초과하는 유산의 경우 절반의 세금으로 징수하도록 규정돼 있다. 증권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상속법에 따라 할증 세율 20%를 적용하면 상속세만 2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칼의 경우 조 회장 등 우호 지분이 28.95%를 보유하고 있고 2대 주주이자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12.8%, 3대 주주인 국민연금는 6.7%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KCGI와 국민연금을 합친 19.5% 이상으로 지분율을 상승시킬 경우 조원태 사장 체제의 지배 구조를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로 가족 경영 체제의 한 축이 무너짐에 따라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조양호 회장의 타계 이후 한진의 주식은 급등세를 보였다.

한편 우리나라 항공 업계의 양대산맥인 아시아나 항공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물러나면서 이원태 금호아시아나그룹 부회장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인 1972년 평사원으로 입사해 주요 계열사를 거쳐 부회장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벌 3세로 일찌감치 경영 수업을 받은 조원태 사장과 정반대의 이력을 가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원태'라는 같은 이름의 두 경영자가 어떤 출구 전략으로 항공 업계의 난관을 타개할지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영 승계 향배와 아시아나그룹의 비상 경영 체계의 순항으로 우리나라 항공 업계 경영 체계에 '윤슬의 봄바람'이 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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